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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도서관과 평생교육, 그 이상과 현실

도서관은 본래 교육을 위해 태어났다. 대학도서관, 학교도서관이 교육기관에 속해 있는 것만 보아도 도서관은 ‘교육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도서관은 교육을 넘어선 ‘연구용’이다. 공공도서관은 어떤가? 19세기에 영미에서 탄생한 공공도서관은 시민의 문맹퇴치와 공교육의 지원을 주요 사명으로 삼았다. 유네스코공공도서관선언과 IFLA공공도서관가이드라인은 공공도서관이 시민을 위한 평생교육기관임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도서관과 대학도서관이 각기 해당 학교의 교육과정을 지원한다면, 공공도서관은 모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정보자료를 이용하여 평생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과 문화의 기반infrastructure인 것이다.

한편 평생교육은 20세기 말에 세계적으로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유네스코는 1970년 평생교육을 정책목표로 삼고 이를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노력을 전개해왔다. 평생교육은 시간적으로는 인간이 살아가는 전 생애(life-long)에 걸쳐서, 공간적으로는 인간이 살고 있는 모든 장소(life-wide)에 걸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 및 학습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평생교육 사상은 도서관의 사상과 일치한다. 도서관이 각계각층 모든 사람들의 자발적 학습을 지원하는 것은 곧 평생교육을 지원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평생교육은 도서관의 사명과 평생교육의 보편적 이상에 비추어 볼 때 그 효율과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도서관은 문화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강좌를 늘려가고 있으나 비체계적 단발성 프로그램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평생교육기관의 프로그램 역시 지역 평생학습센터나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등에서 인기위주의 강좌들을 진행하는데 그치고 있어 평생교육의 이상을 실현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에 있다. 특히 사립대학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수강료 수입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도서관과 평생교육이 본래의 이상과 동떨어지게 진행되는 원인은 도서관과 평생교육을 관할하는 법률과 정책부서가 다르다는 데 있다. 도서관법과 평생교육법은 서로 호응관계에 있지 않으며, 따라서 평생교육관련 정책부서인 교육과학기술부가 도서관의 평생교육을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도서관과는 별도의 평생교육 조직과 인력 그리고 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같은 목적을 추구하는 도서관과 평생교육기관이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도서관은 도서관대로 평생교육은 평생교육대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수레바퀴는 두 개라야 균형을 유지하며 굴러갈 수 있다. 자동차처럼 바퀴가 네 개라면 더욱 안정적이다. 우리나라 평생교육은 이상적으로 도서관과 평생교육기관이라는 수레의 두 바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두 바퀴가 같은 축으로 연결 되지 못하여 각자가 마치 모노 사이클처럼 불안정한 상태로 비틀거리고 있다. 도서관과 평생교육이 체계적인 안정을 찾고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책부서의 조직과 인력, 예산을 국가적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경영해야 한다고 본다. 교육청산하 도서관과 지방자치단체 산하 도서관의 정책부서 일원화가 어려운 만큼이나 평생교육의 도서관 통합도 어려운 일이기는 하다. 향후에는 이러한 사회 요소요소에 존재하는 부서 이기주의를 불식하고 교육과 문화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정부가 탄생하기를 기원해본다.

<월간 라이브러리 & 리브로 2012.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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