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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인간적 도서관의 꿈

 

우리들은 대체로 낯선 사람들과의 인사에 매우 인색하다. 늙으나 젊으나 낯선 사람들에게는 말 붙이기를 꺼려한다. 낯선 사람이 다가와서 말을 붙이는 것은 어색하고 두렵기까지 하다. 같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도 잘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외면하고 침묵하는 게 보통이다. 말을 붙이는 것이 실례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관계란 문자 그대로 사람들 사이의 의존 관계이기에 사람을 피하면 인간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사람은 사람을 대할 때 인간(人間)이 된다. 사람들을 도와주고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회가 인간사회다.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도서관에서의 인간관계는 직원들간의 인간관계와 직원들과 고객들, 고객들과 고객들과의 인간관계가 있다. 이 모든 인간관계는 인사로부터 시작된다.

직원들은 아침 출근 때부터 먼저 보는 사람이 반가운 인사를 건네야 한다. “관장님 안녕하세요?”, “000씨, 좋은 아침.” 등으로 한마디 미소 띤 인사를 나누는 것은 그 직원과 그날의 상쾌한 출발을 약속하는 것이다. 직원이나 관장이나 거리가 멀다는 핑계로 못 본 척하고 슬쩍 자리에 앉아 컴퓨터부터 켠다면 그날의 기분은 한참동안 어색할 것이다.

도서관에 오는 고객들에게는 직원들이 먼저 다가가 반갑게 인사해야 한다. 직원들이 고객보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고 먼저 인사를 받으려 하면 곤란하다. 직원은 공복(civil service)이고 고객은 손님(customer)이다. 직원들은 고객이 있기 때문에 도서관이라는 직장이 있다. 따라서 고객을 은인으로 대해야 한다. 직원들은 고객의 연령에 관계없이 어린이에게든 노인에게든 먼저 적절한 인사를 건네야 한다.

업무에 들어가면 대부분 딱딱한 관공서 분위기로 바뀐다. 도서관도 공식조직이므로 상하간 위계질서 유지를 위해 어느 정도의 공식적 분위기는 필수적이지만 이는 내부직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외부 고객에게는 공식적이고 딱딱한 지시적 분위기 대신 언제나 인간적이고 협조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해야 한다.

회원자격제한, 불필요한 서류요구, 사물함관리, 이용시간과 절차에 대한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 회원자격은 그 지역사회의 행정단위에 거주하는 주민, 대학의 경우에는 해당 대학의 구성원에 국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대의 도서관서비스를 위해 회원자격에 지역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국민고객’에 대한 예절이다. 회원증을 발급할 때 주민등록등본 제출을 요구하는 도서관이 있는데 이 경우 서류를 요구하기보다는 확인될만한 신분증으로 갈음하는 것이 고객 불편을 덜어주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도서관은 대출기간이 짧고, 1회 대출 책 수도 너무 적다. 대출기간은 1주에서 2주, 대출 책 수는 1인당 3권 정도가 보통인데 이는 고객의 이용시간을 통제하여 기간 내 읽도록 독촉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독자로서는 ‘어’ 하다보면 1주일, 2주일은 금방 지나간다. 따라서 다 읽지도 못하고 반납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며칠이라도 연체되는 경우에는 반납하고 바로 대출받을 수도 없어 불편하다. 지연반납에 대한 벌칙도 지나친 경우가 많아 고객의 기분을 언짢게 한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도서관은 너무 인색하다. 어느 도서관이든 그들이 내건 서비스헌장을 구현하려 한다면 경직된 업무관행을 끊임없이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사에 인색한 직원들을 위해 아침마다 공개적 인사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직원들에 대한 서비스친절 교육도 지속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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