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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인물금의 조화

‘인물금人物金’의 조화調和

 

“경영은 ‘인’을 조화롭게 관리하는 것이다.” 대학시절 경영학원론 수업시간에 교수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아주 오래전의 일임에도 아직 잊혀지지 않는 이 말씀은 경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나에게, 적어도 나에게만은 명쾌한 마인드를 심어주신 것 같다. 그 때는 사회경험이 적어 그 의미를 속속들이 체감하지 못했지만 그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도서관 경영에 대하여 공부하면서 ‘인물금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인물금’은 문자 그대로 ‘사람Man’, ‘물자Material’, ‘자금Money’이다. 인간의 모든 생활은 사람과 물자와 돈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 셋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한가의 문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역시 돈인 것 같다. 누구나 돈을 좋아하고, 돈을 벌려고 안간힘을 쓴다. 돈이면 무엇이든 다 해결할 수 있다고들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물자는 돈의 연장이라고 여긴다. 돈으로 집을 짓고, 책을 사며 컴퓨터를 산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물자는 돈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물자들이 많지만 아직 발견 또는 발명되지 않아 돈으로 살 수 없는 새로운 물건들도 무한히 잠재되어 있다. 돈은 금붙이나 종이에 그 값어치를 숫자로 매겨 놓은 교환 수단으로 그 자체가 재료로 사용될 수는 없다. 그러나 물자는 그 자체에 내재된 저마다의 직접적인 용도와 역할이 있기 때문에 돈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뻔한 이야기다.

사람은 어떤가? “사람이 중요한가, 돈이 중요한가?, 사람이 중요한가, 물자가 중요한가?”와 같은 가치론적 ‘우문愚問’을 던지려는 게 아니다. 그러한 우문에 대해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답賢答’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에서 사람이 왜 중요한가? 그리고 어떤 사람이 중요한가?”라고 질문한다면, 명쾌한 답을 내 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경영의 본질에 관한 질문으로써 저마다 인간과 경영에 대한 다소의 이론과 실제를 통찰해보아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도서관경영으로 들어가 보면, 도서관에도 사람과 물자와 자금이 지속적으로 적절히 조달되어야 하고, 이 요소들이 조화롭게 융합되어 돌아가야 한다. 사람은 물자와 자금을 운용하는 주체다. 경영자는 건물, 자료, 비품, 그리고 서비스를 최적화하기 위해 기획, 조정, 통제하는 구심점이다. 전문 직원들은 경영자의 지휘아래 정보자료를 매개로 하여 과거와 현재, 고객과 고객을 소통시키는 ‘인간적 도서관’의 주체이다.

요즘 도서관이 양적으로 팽창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앞 다투어 도서관을 짓고 있고, 독지가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단체들이 물자와 돈에 신경을 쓰면서도 정작 중요한 전문 인력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사서들을 엉뚱한 자리로 전보하는가 하면, 고객 서비스 현장에 전문 인력 대신 임시 인력을 배치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도서관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도서관이 늘어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도서관이든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인,물,금’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도서관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인,물,금’이 조화롭게 운행되지 않는 도서관은 ‘짝퉁’도서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이브러리 앤 리브로 2012.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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