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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사서직의 전문성과 인간성

서직의 전문성과인간성

사서직의 전문성향상에 대한 논의는 수십 년 전부터 있어왔다. 사서 자격 취득요건은 법령으로 정해져 있지만, 과연 무엇이 전문성이고 어떻게 해야 그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혹 어떤 방안이 제시되더라도 연구는 연구로서만 끝날 뿐 대학의 문헌정보학 교과과정에 반영되지 못하고, 제도적으로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 같다.

필자는 대학에서 ‘정보서비스론’ 수업을 진행할 때마다 과제물로 현장 체험기를 써 내게 한다. 도서관 서비스 현장을 직접 경험해 보고 본인이 사서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라는 뜻에서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십중팔구 본인이 체험한 도서관의 서비스가 별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보고서를 낸다. 사서들은 대부분 이용자와 격리된 사무실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만나기 어렵고, 운 좋게 만나서 질문이라도 하면 귀찮아하고, 어떤 경우는 “학생이 그런 걸 왜 물어보느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서 인력이 부족하고 내부 업무처리에 바빠서 그렇다고 해도 사서들의 불친절은 도서관의 이미지와 신인도를 격하시키는 자해행위나 다름이 없다. 정보서비스의 기본은 ‘인간적 도움’이라고 수없이 배운 사람들이 현장에 가면 왜 그렇게 변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사서의 전문성 문제는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문헌정보학적’ 전문성이다. 이는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이수하면 습득할 수 있는 기본적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문헌정보학은 복합 학문적 성격이 짙기 때문에 문헌정보와 지식정보를 다루는 광범한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강의실 수업으로 그치는 수험용 학습보다는 도서관 현장의 체험을 통하여 도서관 서비스를 피부로 느끼는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문헌정보학의 이론과 실무를 체계적으로 연마하면서 인간으로서 인간을 대하는 예절과 태도 등 실천적 인간관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둘째는 주제전문성이라 할 수 있다. 주제전문성은 문자 그대로 주제에 대한 지식을 말한다. 큰 주제로서의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그리고 보다 세분된 분야에서 철학, 문학, 역사학, 예술학, 경영학, 법률학, 의학, 농학, 또는 대상 고객별로 어린이 청소년 전문, 실버전문, 다문화전문 등으로 대학 문헌정보학과에서는 다루지 못하는 주제 분야를 사서들이 선택하여 스스로 전문성을 연마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서들은 “사서 고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생을 한다. 이는 일을 찾아서 할 때만 그렇다. 사서들이 주제전문성을 높이려면 평생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흔히 “사서들은 책을 많이 만지기는 하지만 책을 읽지는 않는다.”고 한다. 사서가 책을 읽지 않는 한 주제전문성은 높아질 수 없다. 독서지도를 해야 할 사서들이 책을 읽지 않고 어떻게 독서지도를 할 수 있을까?

제도적인 문제를 떠나서 보면, 사서가 전문성을 제고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문헌정보학적 지식과 기술의 바탕위에서 따뜻하고 원숙한 인간관계 기술을 연마하고, 부지런히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된다. 나아가 사서는 도서관이라는 ‘우리’에만 머물지 말고, 도서관 밖의 보다 넓은 세상을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고 도서관을 사회 속으로 통합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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