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정년은 몇 살일까? 조직 구성원의 정년은 규정으로 정해져 있어 미리 알 수 있지만, ‘인생의 정년’이라고 하면 개인차가 있어 아무도 자기의 정년을 알지 못한다. 만일 인생의 정년도 스스로 알 수 있다면 그 정년에 대비해서 ‘운명(運命)’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렇게 저렇게 본인의 생애를 잘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년(停年)은 회사나 공무원 조직에서 나이를 정해 놓고 언제 입사 했던 상관없이 정해진 그 나이가 되면 조직을 떠나게 하여 세대교체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성원들의 ‘물갈이’를 하는 좋은 사회제도이다. 만일 이러한 제도가 없다면 어떤 조직이든 젊은 피를 받지 못하여 조직노화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인생이란 인위적으로 정한 정년에 의해서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정년은 인사관리의 질서를 정해놓은 하나의 방편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생은 회사를 떠나서도 결코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누구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한다. 회사를 나오더라도 노년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노숙자를 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름 인생의 보람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년은 한자로 ‘停年’ 또는 ‘定年’이라 하지만 주로 ‘停年’이라고 쓰는 점이 무언가를 좀 더 생각하게 한다. 자전에서 停이라는 글자를 찾아보니
“停 ㉠머무르다, 멎다. ㉡멈추다, 정지하다(停止--), 중지하다(中止--). ㉢서다, 정거하다(停車--), 정박하다(碇泊ㆍ渟泊--). ㉣밀리다, 막히다, 지체하다(遲滯--). ㉤정해지다, 고정하다(固定--). ㉥정비하다(整備--), 끝내다, 완비하다(完備--). ㉦묵다, 체재하다(滯在--), 체류하다(滯留--). ㉧쉬다, 휴식하다(休息--). ㉨말리다, 만류하다(挽留--). ㉩몫, 할, 분” 이렇게 많은 뜻이 나온다.
따라서 정년의 뜻을 몇 가지 대입하여보면 ‘멈추는 해', ’정비하는 해‘, ’완비하는 해‘, “쉬는 해’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가운데서 ‘멈추는 해’나 ‘쉬는 해’는 너무 당연하고 단순한 뜻이라 재미가 없으나 ‘정비하는 해’, ‘완비하는 해’는 무엇인가를 준비하여 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
누구나 정년을 ‘정비하고 완비하는 해’로 의미를 취한다면 조직의 정년이 되었건 인생의 정년이 되었건 그 해 그 해 삶을 정비하고, 완비하여 스스로 사명을 완수한 다음 가볍고 자신에 찬 걸음으로 다음 생애의 문턱을 들어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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