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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조란 무엇인가. 조, 조(兆), 조(鳥.). 조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좁쌀 조가 있다. 이 ‘조’는 순 우리말로 ‘조’이며 전라도 사투리로는 ‘서숙’이라고도 한다. 이 ‘조’는 이삭이 영글면  잘생긴 가래 똥 모양으로 누렇고 길지만 그 낱알은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하다. 신기한 것은 그 한 점의 작은 조 씨가 땅 기운을 받으면 무성히 자라 큰 조 이삭이 된다는 것이다.


한 이삭의 조에 달려 있는 조 알맹이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또 조 이삭이 많이 모이면 알갱이 단위로는 도저히 셀 수 없이 많은 수가 된다. 따라서 숫자 ‘조’와 좁쌀의 ‘조’는 어원이 같은지도 모른다. 물론 사전에 찾아보면 곡식 조의 ‘조’는 한자가 없으며, 숫자 조의 ‘조’는 한자로 ‘조(兆)’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좁쌀의 조도 셀 수 없이 많으니 숫자 조와 통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숫자 조는 매우 많은 수를 나타낼 때 쓰인다. 무슨 국가사업에 예산이 수십조 원이 들어간다든지,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의 수를 나타낼 때 ‘억조창생(億兆蒼生)’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숫자 ‘조’는 상상만 할 수 있을 따름이지 그 실체를 보기 어렵다. 예를 들면 정부예산이나 대기업의 자본을 셈할 때가 아니면 보통 사람이 1조원을 셈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조는 새를 뜻하는 ‘조(鳥)’도 있다. 새 ‘조’는 ‘조류’라고 할 때 쓰고 보통은 순 우리말로 ‘새’라고 한다. 새들은 곡식이 익을 무렵 곡식밭으로 몰려와 벼나 조를 까먹는다. 가을 논과 밭에는 새를 쫓기 위해 허수아비를 세우고, 딱, 딱, 놀라운 파대 소리를 낸다.


좁쌀의 ‘조’와 숫자의 ‘조’는 수가 많다는 점에서 통하고, 좁쌀 ‘조’와 새 ‘조’는 먹이관계로 통한다. 사람은 ‘조’를 재배하고 ‘조(새)’를 쫓고 조밥을 먹으며 애완용으로 조(새)를 기르기도 한다. 


조(새)야! 좁쌀 먹고 좁쌀영감은 닮지 말거라. 훨훨 나는 능력으로 억조창생을 관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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