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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읽지 않는 메일

읽지 않는 메일

이메일이 등장하고부터 일반 우편으로는 편지를 잘 보내지 않게 되었다. 편지 내용을 볼펜으로 쓰거나 프린트하여 편지봉투에 담아 주소를 쓰고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어야 하는 번거로움, 그리고 빨라도 2-3일은 지나야 상대방에게 도착되는 시간적 지연 때문이다.

필자도 2000년에 이메일 계정을 만들고부터는 우체국을 통해 편지를 보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날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메일을 열어보고, 회신할 게 있으면 가급적 신속하게 회신을 한다. 내 메일 계정에 메일이 와 있지 않으면 왠지 허전하다. 또 내가 이메일을 보냈을 때 상대방이 열어보지 않으면 매우 답답하다.

그런데 내가 알지 못하는 여러 단체나 개인들로부터 불필요한 메일이 오고, 어떤 경우는 이상한 메일까지 날아와서 매일같이 불필요한 메일을 지우는 것도 하나의 일거리가 되었다. 그래서 내가 발송한 메일도 상대방에서 열어보지 않고 삭제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이름과 제목을 믿을 수 있게 표기하여 메일을 보냈는데도 상대방이 열어보지 않을 땐 내가 신뢰받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상대의 핸드폰 번호를 알 경우에는 메일을 보냈다는 문자를 띄우는 경우가 늘어났다.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전달 수단으로 이메일이 등장했으나 메일의 일부 이용자들이 무차별, 상업적 선전 수단으로 이용함에 따라 메일의 신뢰성이 점점 떨어져 가는 것만 같다. 젊은 사람이건 나이든 사람이건 이제 메일 계정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지만 날마다 메일을 관리하며 신속하게 활용하는 습관은 사라지고 있다. 상대방이 교수건 학생이건 메일을 신속하게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다. 열어 봐야 별 볼일 없으니 체크하여 몽땅 지워버리는지도 모를 일이다.

읽지 않는 메일은 아무 소용이 없다. 아무리 좋은 통신 수단이라도 이용자들이 이를 바르게 활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불필요한 메일을 지우는 수고를 하더라도 매밀 매일 메일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학생이 교수에게 보낸 매일을 열어보지 않거나 뒤늦게 열어 보고 회신도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교수가 학생에게 보낸 매일을 열어보지 않는 것은 서로의 신뢰에 마이너스 영향을 준다. 학생과 교수가 아닌 다른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메일을 매일 열어보고 성의 있는 회신을 하는 것이 메일의 신뢰를, 나아가 인간적 신뢰와 성실성을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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