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는 ‘저의 자리’, ‘제대로 된 자리’이다. 나의 제자리는 ‘나의 자리’, ‘나의 제대로 된 자리’이다. 따라서 누구나 자기의 자리가 있다. 자기의 자리는 숙명적으로 정해지는 것도 있고, 자기의 의지대로 찾을 수 있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자리, 어머니의 자리, 아들의 자리, 딸의 자리는 숙명적으로 정해진다. 그러나 선생의 자리, 학생의 자리, 교수의 자리, 공무원의 자리, 종교인의 자리는 본인의 의지로 성취된다.
운명적인 자리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바꿀 수 없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될 수 없고, 아들이 딸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자기의 의지로 찾아가는 자리는 본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성취하는 자리다. 산골 소년이 교사, 판검사, 의사, 종교인, 교수가 될 수 있다. 달동네 소녀가 교사, 판검사, 의사, 종교인, 교수가 될 수 있다. 누구든 뜻을 세우고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는 희망과 보람이 넘치는 자리다.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본인이 의도하는 좋은 자리를 찾아가는 준비를 한다. 교육이다. 가정에서는 가족관계, 사회관계의 기초가 되는 인간됨의 교육을 받는다. 윤리, 도덕 등 예절을 생활 속에서 직접 간접으로 배운다. 학교에서는 가정교육과 연계하여 인성과 지성을 아울러 연마한다. 활동 범위의 확대에 따라 친구관계, 사제관계 등 인간교육을 체득하고, 각종 교과 학습을 통하여 과학적 지식과 지혜를 넓혀간다. 모든 교육활동은 각자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숙명적으로 정해진 자리든, 본인의 뜻으로 정한 자리든 그 자리는 반드시 정말 ‘제자리’라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관계에서는 아버지의 제자리, 어머니의 제자리, 자식의 제자리를 잘 찾아야 한다. 사회관계에서는 교사의 제자리, 법조인의 제자리, 대통령의 제자리, 종교인의 제자리, 교수의 제자리를 잘 찾아야 한다.
제자리는 바로 그 자리의 역할이다. 가족관계에서나 사회관계에서나 자기 자리의 역할을 잘 깨달아서 각각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어머니는 어머니의 자리에서 어머니의 제 역할을, 교수는 교수의 자리에서 교수의 제 역할을, 학생은 학생의 자리에서 학생의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만 좋은 어머니, 좋은 교수, 좋은 학생이 되어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세계 어느 나라 보다 높다고 한다. 그러나 좋은 자리, 특히 권력 있고, 돈 잘 버는 자리를 찾기 위해 야단들이다. 그러다 보니 가정교육이건 학교교육이건 사회교육이건 교육의 과정에서 수많은 모순이 노정되어왔다. 가정에서는 인간교육에 소홀했다. 학교에서는 교육을 취직이나 신분상승의 도구로 전락시켰다. 그러다보니 인간됨의 교육, 즉 인문학이 실종되어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가정과 학교와 사회 모두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모든 시민들이 저마다 제자리를 찾고, 제자리를 지키며 제 역할을 다한다면 우리 사회는 행복하고 이상적인 사회가 될 것이다.(2008.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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