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카데미 예찬자다. ‘아카데미’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무척 고무된다. 아카데미란 자발적인 학교이면서, 참된 교육기관이면서, 스승과 제자가 소통하는 ‘인간적 대학’이기 때문이다. 요즘의 대학들은 어느 나라 어느 대학 할 것 없이 상업적이고, 가식적이고, 권위주의적이고, 비인간적인데 비하여 원래의 대학인 아카데미는 자연적이고, 철학적이고, 인간적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전해 내려오는 사실(史實)에 의한다면.
일전에 한 동료학자로부터 우리 소장학자들이 협력하여 시민과 함께하는 아카데미를 한번 열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이는 필자도 오랫동안 생각하고 마음으로부터 염원해온 ‘사업’이라 매우 살갑게 다가왔다. 그 동료학자가 제시한 아카데미 앞의 수식어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문교양 아카데미’라 한다. 대학은 시민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항상 시민과 함께하는 ‘소통의 대학’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이름이 참 적합하다고 생각되었다. 더군다나 요즘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시민과 함께 인문학을 소통하면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좋은 이름인 것이다.
이러한 제안을 받으니 원래의 그리스 아카데미의 본질에 입각한 ‘대화의 장’을 여러 전공 학자들이 협력하여 추진하면 참 좋겠다는 평소의 ‘공상’에 확신이 왔다. 철학박사, 문학박사, 교육학박사, 정치학박사, 경영학박사...주위에 박사들이 많으니 이들이 서로 협력하여, 순수한 동기에서, 뜻 있는 시민을 위해 쉽고도 수준 높은 강좌나 세미나를 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평생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이 일을 전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21세기 문명사회는 모든 시민이 지식인이 되고 ‘지혜인(philosopher)’이 되어 그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오늘의 시민시회는 물질만능의 물신주의 사회로부터 인간중심의 인문주의 사회로 회복되어야 한다. 중세의 종교개혁과 르네상스가 종교의 부패를 물리치고 인문정신을 회복하였듯이 오늘을 사는 우리도 ‘새로운 종교개혁(new reformation)’과 ‘새로운 문예부흥(new renaissance)’을 이루어내야 한다. 종교권력의 비대화, 재벌들의 대학지배 및 국가지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물질문명이 문명화될수록 정신문명이 문맹화되는 오늘의 ‘신종문맹(new illiteracy)’을 이대로 방관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시민의 인문정신 회복을 위해서는 ‘시민과 함께하는 인문교양 아카데미’를 필수적으로 열어야 하며, 이는 기존의 대학으로는 불가능하고 시민의 대학인 도서관이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사실 도서관이 무엇인가. 침묵하는 책 창고인가? 오늘의 도서관은 시민을 위한 인문학의 소통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문화프로그램 몇 개 구색을 갖추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시민의 평생교육과 인문정신을 길러주는 ‘시민의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문교양아카데미’는 시민의 친구로서, 학자와 시민이 소통하는 아카데미로서 지금 우리 소장학자들의 마음속에 꿈틀거리고 있다.(2008.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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