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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발표수업

대학의 수업에서는 교수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교수 혼자 강의만 하면 교수도 학생도 지루하고 피곤하다. 교수는 열정적으로 전달하려고 하나 했던 말이 자꾸 튀어나오지 않을 수 없다. “아까도 말했지만...”이 연속되기 쉽다. 학생들은 “또 저 소리야...” 하면서 듣다가, 하품하다가, 졸다가, 아예 ‘주무시기’도 한다. 사실 75분, 80분, 어떨 때 150분 연강은 정말이지 비효율적이다. 웅성웅성, 재잘재잘, 핸드폰 손동작 놀이, 강의실 문밖으로 슬슬 새기 등 수업 분위기가 엉망이다. 그래서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여러 가지 기법을 혼용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수업방법 중에는 칠판에 써가며 설명하는 전통적인 강의,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스크린 설명’, 관련 주제의 영화 보여주기, 리포트 작성 후 발표하기, 실습, 견학 등이 있다. 나이 든 교수들은 전통적인 방법을 많이 쓴다. 젊은 교수들은 파워포인트를 제작하여 스크린에 띄우고 통계자료와 사진 동영상 등을 보여주며 설명한다. 또 비디오테이프로 된 영화를 틀어준 다음 관련되는 의미를 설명하기도 한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학생들이 직접 조사한 내용을 보고서로 만들고, 파워포인트로 만들어서 다른 학우들 앞에서 발표하는 이른바 ‘발표수업’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우선 발표를 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조사한 바를 체계 있게 구성하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다각도로 준비하고 고민해야 한다. 수집한 자료들을 본인의 의도대로 배치하고, 설명의 순서를 정해야 한다. 그러고도 자신의 순서가 되면 긴장한다. 어떤 학생은 발표에 임하면 처음에는 더듬거나 떨다가도 점점 안정을 찾는다. 발표가 끝나면 휴- 하며 긴장을 풀지만, 내가 발표를 했다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교수의 코멘트를 듣고 수정할 점들을 깨닫고 피드백 한다. 발표가 거듭되면 학생들은 점점 더 자신감을 얻어 잘하게 되고 후일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남 앞에 나서서 설명하고 가르치는 일을 잘 할 수 있다.

사실 대학 수업의 효과는 학생들에게 자기의 주관(主觀)을 형성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본다. 어떤 전공의 주제이든 교수가 가르치는 지식의 수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관점을 형성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훈련을 쌓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은 엘리트가 되어간다. 발표를 많이 한 고학년 학생들을 보면 지식과 인격이 형성되어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마 이것이 대학교육의 효과인가 보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과 혼자 공부한 사람의 차이는 발표능력에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발표수업은 어느 교과목에서나 필수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수업방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생들, 발표수업을 두려워 말자.(2008.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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