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散策)은 참 좋은 활동이다. 국어사전에서 뜻을 찾아보니 “가벼운 기분(氣分)으로 바람을 쐬며 이리저리 거닒”으로 나온다. 한자의 산(散)은 흩어질 산, 한가로울 산, 헤어질 산이고, 책(策)은 꾀 책이다. 따라서 산책을 漢字로 풀어보면 ‘한가롭게 다니면서 꾀를 생각하는 것’이 된다. 꾀란 좋게 해석하면 지혜가 될 것이다. 답답한 집안에 하루 종일 있다가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면서 이런 저런 명상에 잠겨보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참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된다.
산책은 마음의 사유를 동반하게 되니, 공원의 솔숲 오솔길, 문명의 상징 빌딩숲, 아스라이 펼쳐지는 푸르른 들판, 강가에 휘휘 늘어진 수양버들, 뭐라 뭐라 지저귀며 날아가는 온갖 새들을 보면서 자연과 인생에 대한 새로운 상념에 잠길 수 있다. 평소에 잘 떠오르지 않던 아이디어와 업무구상도 산책을 하는 가운데 새롭게 다듬을 수 있다. 산책은 신체적 활동과 더불어 마음의 밭을 넘나들며 지혜를 끌어낼 수 있는 점에서 참으로 가치 있는 활동인 것이다.
그런데 ‘마음산책’을 생각하고 산책을 하노라니 ‘심전경작(心田耕作)’이라는 문구가 겹쳐서 떠올랐다. 마음산책은 곧 ‘심전산책(心田散策)으로 고쳐 쓸 수 있음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두 가지를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심전산책은 ‘마음이라는 밭을 이리 저리 다니면서 생각만 하는 것’이고, 심전경작은 ‘마음의 밭을 갈고 씨를 뿌려 마음 농사를 짓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더 좋은가?
단순히 산책을 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그러나 경작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산책은 이리저리 마음 내키는 대로 왔다 갔다 하면 된다. 그러나 경작은 농작물이 잘 자라도록 밭에 잡초를 뽑아주고, 북돋아주고, 거름을 주고, 정성을 다해 가꾸어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마음 밭을 산책하는 것보다는 마음의 밭을 경작하는 것이 힘은 들지만 풍요로운 결실을 거둘 수 있다.
그렇다. 심전경작이다. 지금까지는 심전산책을 주로 해왔으나 이제부터는 심전경작을 주로 해야 하겠다. 심전산책은 방관자적인 자세이지만 심전경작은 내가 내 마음의 주인으로서 내 마음 밭을 갈고 씨를 뿌려 가꾸고, 풍성한 결실을 수확하여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줄 수 있으니 이처럼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으랴? 우리 조상님들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는데, 이제 ‘농자천하지대본’임은 물론 나아가 모든 사람이 천하의 대본이 되어 인간의 근본을 지키며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말도 성립될 수 있을 것 같다. “心田耕作者天下之大本이라.” (2008.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