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2008. 6월 둘째 주)로 금년도 1학기 강의가 종강되었다. 학사일정에 따라 다음 주에 기말고사를 치르고 6월 말까지 성적을 입력하면 방학에 들어간다. 그런데 오늘은 종강을 하려니 어쩐지 좀 섭섭했다. 당분간 학생들과의 대화가 뜸해질 것이다. 어떤 학생은 이번 수업을 마지막으로 졸업을 할 것이니 그들이 연락해 오지 않는 한 작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애써 또 다른 ‘종강’을 생각해보았다. 단순히 강의를 끝낸다는 의미의 종강(終講)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의미의 ‘종강(鐘講)’이다.
사실 말장난일 수도 있지만, 나의 새로운 ‘종강(鐘講)’은 내 이름의 가운데 글자인 ‘鐘’을 ‘講’과 조합한 것이다. 한자(漢字)에서의 종(鐘)은 ‘쇠북’을 의미한다. ‘쇠북 종’이다. 따라서 종을 울리면 세상이 잠을 깬다. 보신각종이 그렇고, 새벽종이 그렇고, 교회의 종이 그렇고, 사찰의 종이 그렇다. 종은 모든 생명을 깨우치는 선도적이고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鐘과 講을 합성하여 ‘종강(鐘講)’이라고 쓰면 ‘세상을 깨우치는 강의’라는 의미가 된다. 만들고 보니 그 뜻이 참 멋있다.
거의 10여년 이상이나 지속된 지금까지의 나의 강의가 학생들을 진정으로 깨우쳐주는 강의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앞으로의 나의 강의가 항상 세상을 깨우치는 강의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대학, 모든 교수들의 강의가 세상 사람들을 깨우치게 하는 강의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앞으로 모든 교수들의 강의가 세상 사람들을 진정으로 깨우치는 강의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오늘 종강을 하면서 종(鐘)처럼 세상을 진정으로 일깨우는 강의를 하고 싶은 욕망이 샘솟았다. 나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해당 교과의 진리를 속속들이 잘 깨달아 그들이 배운 바를 창조적으로 실천하도록 하는 강의, 그냥 흘려듣는 강의가 아니라 학생들이 진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열심히 메모하고, 질문하고, 스스로의 아이디어를 생각하여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그런 강의를 하고 싶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오랫동안 나의 강의를 기억하고 현실에서 불합리에 당면할 때 벨파워 교수를 떠올리며 당당히 현실을 합리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그런 ‘울림 있는’ 강의를 하고 싶다.
이러한 좋은 ‘종강(鐘講)’을 하려면 현재의 나의 강의준비로는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종강(鐘講)’을 하려면 우선은 담당 교과목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좋은 책을 써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그 책을 새롭게 개정해야 한다. 책에서 못 다한 말씀은 강의에서 온 몸으로 보완해야 한다. 저술과 강의 뿐 아니라 평소의 나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합리적이어서 이론과 실천이 합일되는 학자가 되어야 한다. 이번 방학에는 좀 더 와신상담(臥薪嘗膽)하며 다음 학기를 잘 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