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장맛비’
장마철이 맞나보다. 며칠째 비가 내린다. 신문방송에서는 장마철에 내리는 비를 ‘장맛비’로 표기하고 발음도 정확히 그렇게 한다. ‘장맛비’가 표준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는 ‘장맛비’라는 발음을 들을 때마다 좀 이상한 어감을 느낀다. ‘장맛비’라. 비는 비인데 무슨 장맛이 나는 비인가? 비에 무슨 간장, 된장 맛이라도 나나?
국어사전에 의하면,
장마 : [명사] 여름철에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 또는 그 비.
장맛비 : [명사] 장마 때에 오는 비.
장마비 : [명사] 1 ‘장맛비’의 잘못. 2 ‘장맛비’의 북한어.”
로 되어 있다. 장마 때에 오는 비는 틀림없이 ‘장마비’가 아니라 ‘장맛비’인 것이다.
이렇게 사전에서 확인이 되는데도 나의 귀는 ‘장맛비’를 의심한다. 자꾸만 ‘장맛’이 ‘장의 맛’으로 연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장마의 비’를 간결하게 하기 위해 장마와 비 사이에 시옷을 썼다는 것이 이해는 되지만 그 어감이 귀에 순응되지 않는 것이다. 말을 꼬투리 잡아 따지기 좋아서가 아니라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마비’는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장마와 비를 연달아 쓰고, 발음도 그렇게 하므로 다른 엉뚱한 뜻이 연상되지 않는다.
말은 언어대중이 말하거나 들을 때에 자연스러운 말로 표준을 정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국어학자들이 연구 검토해서 정해 놓은 표준말이라도, 언어대중이 말하거나 쓰기에 어색하다면 자연스러운 말로 되돌리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혹시 이게 나만의 엉뚱한 생각일까? 2008년 7월 26일 새벽 2시 36분. 지금도 밖에는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장맛(?)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