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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꽃게탕

꽃게탕

최근 좋은 시골밥상을 만났습니다. 초등 동창의 소개로 지난주 어느 날 같이 가 그 메뉴를 주문해 먹었는데요, 반찬이 11가지가 넘는데 가격은 5천 원이었어요. 그래서 그 후 기회 있을 때마다 그 식당에 갑니다. 단돈 5천 원에 그렇게 푸짐하고 맛있는 토속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오늘 일요일도 문을 열었더라고요. 그래서 또 먹었지요. 오늘은 아예 반찬통을 몇 개 가지고 가서 남는 반찬을 싹쓸이 싸 왔습니다. 식당에서도 잔반은 어차피 버릴 텐데 오히려 좋겠죠?

이어서 5백 원 받는 중앙시장 꼰대 여자 노인 커피를 한잔 마신 후 더 거리를 돌아다니지 않고 바로 집으로 왔습니다. 갈 때 2km를 걸었으므로 올 때는 버스, 이번엔 역전에서 613번 버스를 타고 대전보건대학 정거장에 내렸습니다. 거기서도 집은 얼마 안 되거든요. 한 5분? 네, 하지만 저로서도 일요일의 특권을 마음껏 즐겨야 합니다. 2시 반경 집에 들어와 식당에서 싸 온 반찬을 냉장고에 분류 정리하여 들여놓고 다시 인생을 구상해봅니다. 이제 모든 걸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아직도 더 할 일은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하지만 중심을 잡자는 생각은 있습니다.

맘 놓고 쉬다가 저녁때가 되어 아까 식당에서 가지고 온 양념게장, 콩나물무침, 그리고 생미역 줄기를 넣고, 쌀뜨물을 부어 꽃게탕 끓일 준비를 한 다음, 전기솥으로 밥을 했습니다. 농사짓는 친구에게서 산 좋은 쌀. 그리고 이 마트에서 산 찰보리 쌀을 넣고 버튼을 누르니 맛나게 밥을 해 주시겠다는 전기밥솥의 경쾌한 음성, 수위 조절만 잘하면 밥솥이 배반할 일은 전혀 없습니다. 밥 되기를 기다리며 우쿨렐레를 연습하니 시간이 쏜살같다고 해야 하나? 벌써 밥이 다 되었답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해 둔 꽃게탕에 가스 불을 켰어요.

“식당 꽃게를 넣었어요, 맛있는 콩나물도 넣었고요, 그대, 저녁에 배가 고파 올 때면 맛난 꽃게탕 대령 하고파.” 예민의 “어느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패러디해 보았습니다. 웃기죠? 그러는 사이 드디어 밥과 꽃게탕이 완성되었습니다. 곧 꽃게탕과 밥을 먹었습니다. 와, 시원하다, 뜨거워도 시원하다! 2021.4.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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