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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서울역에서

서울역에서

운 좋게도 매주 토요일 서울 여행을 합니다. 여행이라야 대전역서 오전 8시 무궁화호를 타고 10시에 서울역에 도착, 요기한 다음 종로 3가 낙원(악기) 상가를 지나 운현궁으로 가는 짧은 코스, 그래도 마음이 들뜹니다. 어제는 서울역에서 부산오뎅을 먹고, 역사 2층을 둘러보았습니다. 코레일 회원 쉼터가 있는데 문이 닫혀 있네요. 11시도 안 되어 일러서 그런가 봅니다. 카페와 식당들만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1시간 정도 독서를 하고 싶었는데 그럴만한 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곧 지하철로.

종로 3가에 내린다는 게 잠시 딴생각을 하는 바람에 한 정거장을 지나쳤습니다. 그래서 요금 부담 없이 돌아오느라 종로 5가 역에서 한번, 종로 3가 역에서 한번 장애인 출입구 인터폰 호출 버튼을 눌렀습니다. “여기 잘 못 내려서 다시 돌아가려는데요.” 하니 찰칵, 문이 열리고, “3번 출구로 나가려는데 잘 못 나와 다시 들어갔다가 나와야 합니다.” 하니 또 찰칵, 얼굴도 보이지 않는 역 직원이 제 말을 잘 들어주었습니다.

수업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하여 강사실에서 물을 마시고, 수업을 준비하는데, 그곳도 다른 분들이 들락날락해서 독서하기엔 별로 적합하지 않았어요. 곧 수업 시간이 되어 75분 수업 2회, 서서 말하면 졸리지 않습니다. 어제 12시까지 강의 촬영하여 시스템에 올리느라 새벽 1시에 자고 아침 6시에 일어났는데도, 기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참 행운이자 행복, 강의실 3층에서 창문으로 바라보는 운현궁 교정, 그 연초록과 꽃들의 조화가 그림보다 더 예쁩니다. 저곳에 나비처럼 날아다니고 싶은 심정, 하지만 전선 등 장애물이 미워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다시 귀갓길 서울역, 부산오뎅을 또 사 먹고, 호두과자를 사고, 그 옆에서 순천 돌산 갓김치를 샀네요. 16시 40분 동대구행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자다 깨다 하니 18시 40분 대전역, 집까지(2km) 걷기에는 좀 힘에 부칠 것 같아 311번 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아침에 해둔 밥을 데우고, 갓 사 온 갓김치를 썰고, 어제 식당서 가져온 깻잎장아찌와 함께 밥을 먹으니 일품입니다. 오늘도 저의 생명 활동은 즐겁고 아름다웠다고 생각하며, 다시 서울역을 생각했습니다. 8도 특산품도 좋고, 부산어묵도 좋고 갓김치도 좋지만, 서울역에 지식정보 소통의 플랫폼 도서관이 꼭 필요합니다. 10여 년 전에도 철도 도서관 네트워크를 구상하여 책에 올렸는데, 아무런 반응은 없습니다. 서울역 다 좋은데 도서관이 없어 좀 답답하고 아쉽습니다. 건의해도 안 되겠죠? 사회가 다 탑다운 시스템이라 말이죠. 2021.4.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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