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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회계와 회개

회계와 회개

회계라는 말은 교회 설교에서는 잘 안 쓰는 것 같지만, 가계나 기업에서는 흔히 쓸 수 있고, 또 꼭 써야 하는 말입니다. 경영대학에 회계학과도 있으니까요, 공인회계사는 회계를 잘하여 국가고시에 합격한 인재들입니다. 경영을 잘한다는 것은 회계를 잘한다는 말로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생 경영도 조직 경영도 회계를 잘하지 못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현실적으로 돈 없으면 걸인이고, 심하면 노숙인이 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회개 역시 매우 중요한 생활의 지침이라 생각합니다. 회개(悔改)는 주로 기독교회에서 사용하므로 종교용어인 것 같지만 뉘우칠 悔, 고칠 改, 즉 잘못을 뉘우쳐 고치라는 말이니 일반적으로 반성이라는 말과 같은 것 같네요. 잘했든 못했든 하루를 반성하면 그날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도 회개하고 회계를 잘해야 교회 경영을 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회개하지 않으면 그날의 인생 경영은 손실로 남을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회계를 잘하는 공인회계사나 경영자들도 자신의 회개에는 미숙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또 회개를 잘하는 종교인들도 자신의 회계에는 미숙한 경우가 많고요. 꼼수 회계는 회개의 대상일 텐데, 어디서나 꼼수가 늘 발생하는 걸 보면 현실적으로 회개는 참 어려운가 봅니다. 회개에도 꼼수 회개가 있는 걸까요?

이글을 처음엔 언어유희처럼 시작했는데, 이렇게 몇 줄 적다 보니 회개와 회계는 매우 가까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에 정신을 퍼뜩 차리게 되네요. 세상을 살다 보니 회개할 일이 참 많고 많습니다. 순간순간의 선택과 실행이 회개의 대상이니까요. 또한 돈을 많이는 못 벌어도 회계를 지혜롭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도 느껴왔지요. 누구든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에 따라 세상을 살 것이고, 그 가치관에 따라 회개하고, 회계하며 인생을 경영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회개와 회개가 차원이 높을수록 인생도 차원이 높을 것입니다.

어제 복지관에 가서 새 학기 프로그램을 접수하고, 지난 학기 캘리그래피 수업에 참여해서 습작으로 만들었던 작품을 한 가방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소품들을 이방 저방 배치하며 약간의 희열을 느꼈습니다. “오늘이 바로 어느 멋진 날”,“오늘은 선물입니다”,“내 인생의 청춘은 지금이다”, “성공도 실패도 스펙이 될 수 있다”,“존경하고 사랑합니다”,“효도의 완성은 현금”, “사는 게 꽃같네”등 소품에 담긴 소박하고 아름다운 글귀들이 너의 인생이었으면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 아침엔 보험 서류들을 정리하며 회계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때 10여 년 전에 가입한 실비보험의 보험료가 2배로 올라, 수입이 현저히 줄어든 현재 큰 부담을 주고 있는데, 이걸 해약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잘 안 서네요. 그대로 유지하자니 수입의 20%가 보험료로 들어가고, 해약하자니, 해약하자마자 병이 날까 걱정이고. 확실히 저는 회계에도 회개에도 자신이 없네요.

“회계를 잘하여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가? 그럼 날마다 회개하라. 교인이 아니라도 이건 생활의 지혜다.”

이건 회계 원론이자 회개 원론, 하지만 마음만은 이렇게 원론을 유지하자고 위로하며 오늘도 노인 일자리 출근 준비를 합니다. 인생을 회개하며, 회계하고, 회계하며, 회개하자. 노년에 회계를 잘하는 방법은 소비를 줄이는 것, 노인에게는 소비가 미덕이 아니라 저축이 미덕이다. 10년 공든 보험일랑 그냥 놓아두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자. 그리고 고객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이웃을 대하자. 오늘은 이렇게 회개합니다. 2021.4.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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