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컬럼/수필

꽃피는 달밤

꽃피는 달밤

어젯밤 동네 산책을 하는데 망울진 벚꽃 가지 사이로 반달이 조각배를 운항하고 있었습니다. 낮에 나온 반달보다 밤에 나온 반달이 더 빛났습니다. 역시 달은 밤이 제격이야,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벚꽃 나무 아래서 꽃과 달빛을 밀착 취재해보았습니다. 그들은 달밤에도 분주해 보였습니다. 달밤에는 광합성을 못 하지만 꽃을 피우는 일은 가능한가 봅니다. 나무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꾸준히 일하네요. 너는 달밤의 벚꽃을 스마트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낮에는 대전천에서 연초록 옷으로 갈아입는 버드나무를 보았습니다. 그 위로 치솟는 비둘기의 곡예비행도 보았고요, 바닥에 어울린 초록 잔디도 좀 관찰했지요. 남인수의 노래 ‘감격시대(1939)’가 떠올랐습니다. 감격시대 3절 가사는 잔디 찬양입니다. “잔디는 부른다, 봄 향기 감도는 희망의 대지여! 새파란 지평 천 리 백마야 달려라.” 하, 그런데 인터넷에 이 노래가 일본 군가라고, 일본 군가에서 나온 ‘국민가요’라고 나오네요. 다소 실망했지만 그런 연유를 떠나면 이 노래는 희망의 봄노래입니다.

다이소에 들러 노란 개나리 꽃무늬 식탁 받침을 샀습니다. 4개 2천 원이네요. 이 무늬를 싱크대 문에 붙여 봄 기분을 낼 생각, 집에 와서 생각대로 붙임 작업을 했습니다. 봄 기분이 나는 것 같습니다. 개나리 무늬에 즐거움을 느끼며 저녁을 먹고, 늘어졌다가 밤에 나가보니 하늘엔 상현달, 거리엔 벚꽃, 희망의 4월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일본 군가건 한국 군가건 나폴레옹 군가건 우리는 현실의 희망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포인트를 현실의 희망에 맞추어야 합니다. “거리는 부른다, 환희에 빛나는 숨 쉬는 거리다, 미풍은 나부낀다. 불타는 눈동자” 코로나로 숨쉬기도 답답한 이 세월, 오늘밤도 인적 없는 거리에 나가 달밤에 체조나 해야겠습니다. 건강을 위하여! 2021.3.23.(화).

 

'수필/컬럼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소가 가장 쉬웠어요  (0) 2021.04.14
법주사에서  (0) 2021.04.08
종군이, 그리고 삼신당  (0) 2021.03.09
적응, 적용, 응용  (0) 2021.03.07
역사 연구  (0) 2021.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