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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종군이, 그리고 삼신당

종군이, 그리고 삼신당

‘종군이’는 저의 어릴 적 동네 누나들이 불러준 이름입니다. 종권이가 원래 이름이지만 ‘종권’을 발음하기가 어려워 자연스럽게 종군이가 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종군이라는 그 이름이 싫지 않고 오히려 더욱 다정하게 느껴졌습니다. “종군아, 학교 가자!” 하하.

고향이 가까운 대전에 와서 사니 고향 근처를 자주 찾게 됩니다. 아마 귀향 본능이겠죠? 얼마 전엔 삼신당 살던 고향 선후배를 만났습니다. 삼신당의 후손들, 그 중엔 저보다 나이가 5년 정도 위인 누나가 있습니다. 전화번호를 수소문해 찾아갔죠. 저의 누나보다는 1살이 적습니다. 저를 만난 그 누나의 첫 마디는 “종군이여?” 였어요. 하하, 참 친근감이 가더라고요. 저의 신간 『뭘 걱정하세요』를 한 권 드리니, 본인도 불교를 좋아한다면서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을 말씀하시네요. 참 좋은 말이죠. 자신을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을지어다! 세상에 이만한 잠언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지난 일요일엔 1983년에 흑석리 장태산 입구로 이사한 삼신당을 찾아갔습니다. 대전서 계룡산 신도안 우적 동네 으능정이 살던 여동창을 만나 소머리 국밥을 드신 후 같이 삼신당에 갔는데요. 그 친구는 버스 교통 정보를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장태산으로 가는 버스는 대전역 동광장에서 출발하는 초록색 버스 22번, 우리는 도마동 네거리에서 22번 버스를 탔습니다. 30분 후 장안 저수지 상류에 있는 삼심당에 이르러 9년 후배 동생 정 선생에게 전화하니 자전거를 타고 마중을 나왔습니다. 그 동생도 벌써 63세, 고등학교 공업 교사를 정년퇴직하고 부모님의 뜻을 받들기 위해 그곳에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흑석리 삼신당에서 셋이 주거니 받거니 옛날을 주제로 담소를 나누었죠. 하하. 부모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삼신당』이라는 역사 기록도 한 권 얻었습니다. 신도안 삼신당은 제 아버지의 역사가 서린 곳이죠. 그곳 삼신은 천, 지, 인이랍니다. 하늘, 땅, 사람. 곧 이 세상이지요. 본래의 계룡산 삼신당은 허물지 않고 계룡시에서 문화재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네요. 참 잘했네요. 꼭 가 보아야겠습니다. 호박 차를 얻어 마시고 다시 발길을 돌렸습니다. 고향이 점점 가까이 오고 있는 느낌입니다. 천, 지, 인의 고향에서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 신선놀음에 도낏자루는 아예 없을 것 같습니다. 2021.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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