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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지구를 닦으며

지구를 닦으며

요즘 지구를 닦고 있습니다. 아니 언제나 지구를 닦아야 합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하하. 청소 이야기죠. 지난해 12월에 복지관 노인 일자리 모집에 지원했는데 올 1월 말 복지시설 봉사 사업단으로 배정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월 초부터 복지관에서 임시로 일을 했는데요, 2월 17일 수요일부터는 인근 노인요양시설에 배정되어 격일로 하루 3시간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 봉사가 지구를 닦는 일입니다. 쉬운 말로는 청소지요. 하하. 바닥을 쓸고 닦고, 유리창을 닦고 그런 청소 말이에요. 이런 일은 집에서도 늘 하는 일이라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거처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하니 봉사의 느낌도 나고, 덤으로 운동도 되는 것 같고요.

2월 21일 토요일 고향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어 지하철 대전 시청역에서 친구를 만났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잘 만나지 않았는데 이번에 몇 달 만에 만난 것입니다. 반갑지만 주먹 맞대기로 악수를 대신하고 친구가 안내하는 맛집으로 갔지요. 버섯 굴 돌솥 밥, 굴 전문 음식점입니다. 값은 9천 원, 먹어보니 별미입니다. 굴 요리는 비리기 쉬운데 전혀 비리지 않네요. 양념간장을 넣어가며 비벼 먹으니 금세 영양이 볼로 올라오는 느낌. 밥을 다 먹고 마스크를 한 후 올해 무슨 일을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합니다. 친구는 노인 일자리와는 분류가 좀 다른 학교 지킴이를 하게 되었는데 작년보다 조건이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참 잘됐네” 추임새를 넣어주고 너의 일자리를 말했습니다. 우선 강의를 좀 받아서 3월부터는 학교에 강의하면서 복지관에서 배정해준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노인요양원 청소도 하게 되었다고. 그랬더니 친구가 혼잣말처럼 “교수하던 놈이 청소라니” 합니다. 그래서 너는 “아니 교수는 청소하면 안 돼?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오히려 땀날 정도 운동도 되고 좋아, 더구나 지구를 닦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치 철학자가 된 느낌인데” 하니 친구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친구가 화제를 돌려 너의 의복 취향을 물어보네요. “검은색 옷을 좋아하나? 매번 검은색만 입네.” 그래서 “아냐, 요즘 시류가 그래서 그냥 입는 거야” 하니 친구가 자기가 안 입는 회색 잠바가 있는데 주면 입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아, 주면 입지, 요즘은 구제도 잘 사 입는데, 좋지.” 하니 친구가 부인에게 그 옷을 가지고 나오라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하. 덕분에 친구 부인 얼굴도 보고, 잠바를 받아 집에 와서 꺼내 입어보니 참 좋은 옷이네요. 고깔에 털이 달린 고급 잠바. 품도 딱 맞고, 그래서 그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냈습니다. 하하. 운수 좋은 날. 별미도 먹고 좋은 옷도 받고. 그런데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어릴 때 학교 다니면서 장터 애들한테 얻어맞곤 했는데요, 어머니가 그 애들을 야단치며 하신 말씀, “으이? 야 이놈들아, 우리 아아가 옷을 달라 캤나, 밥을 달라 캤나. 왜 쎄리노, 으이? 2021.2.24.(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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