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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고객님 놀이

고객님 놀이

어제 ‘가팔’ 어린이공원(대전 동구 가양동 소재)을 지나다 우연히 어린이들의 대화 놀이를 들었습니다. “고객님, 고객님, 이리 오세요.” 하하. 요즘 마트나 백화점이나 어디나 고객님, 고객님 하니 어린이들이 그걸 따라 하는 것 같습니다. 참 좋은 일이네요. 서비스 친절이 필수적인 현대 사회에서 어릴 때부터 “고객님”을 입에 익히니 그들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그 언어 습성을 잘 유지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 말에 진정성을 담느냐에 있겠지만요, 하지만 일단 말로라도 입에 익혀 놓으면 나중에 업무에 임해서도 진정성을 담기가 수월할 것입니다.

요즘 설을 보내느라 좀 바빴습니다. 서울 아들 집에 가서 손주도 보고. 손주와 잘 놀고, 용돈도 받고, 세뱃돈을 1인당 1만 원씩 3만 원을 드렸는데, 아들 며느리는 너에게 그 10배를 용돈으로 주네요, 하하. 이 상쾌한 기분. 또 젓갈 등 백화점 고급 반찬을 여러 가지 챙겨 주고, ‘배달의 민족’ 앱을 깔아주며 자기 카드로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시켜 드시라고 하고, KTX 열차를 예매해주고 광명역까지 배웅해줘 어제 1시간 만에 대전에 편하게 도착했습니다. 아들 며느리 손주가 정말 좋은 보호자이자 고객님이네요. 하하. 그래서 고객님은 멀리 있는 손님이 아니라 바로 가족이고, 이웃이고, 시민이고, 국민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집니다. 이 모두를 고객으로 대하면 나라가 얼마나 잘 될까요?

저 공원의 어린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면 아마 고객의 개념을 익혔기에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로만이 아닌 진짜 좋은 나라를 말이죠. 우리는 언제나 말은 쉽게 하지만 실천은 미루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습관이 되어 그런 것 같습니다. 불친절도 어려서부터 익혀왔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잘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립 서비스(lip service)라는 말까지 생겨났다죠? 영어는 잘하지 못해도 의외로 영어 쓰기는 좋아하시지요?

이제 음력으로도 설이 지났으니 완벽한 새해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여러분의 인사 덕분에 이번 학기엔 강의도 좀 받았습니다. 오늘 강의계획서를 만들면서 저의 학생 고객들을 상상해 봅니다. 비대면 강의라서 아무래도 친화력은 덜 하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정성을 다해야죠. 선생은 언제나 밝은 마음으로 학생 고객을 대하여 그들을 밝게 할 책임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밝은 표정, 근면한 정신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조력하는 일, 이는 어떤 교과목에서도 필요한 실천 덕목이라 믿고 싶습니다. 이글을 보시는 고객 여러분 모두들 힘내세요. 아멘, 나무 석가모니불! 2021.2.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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