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시문학
요즘 1990년에 나온 예민(본명:김태업 1966~ )의 <어느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 얘기>라는 노래를 들으며,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산골 출신이라 그런지 이 노래의 가사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다가옵니다. 그 산골의 아름다운 정경이 머릿속에 수채화처럼 그려지기도 하고요. 이런 감정이입이 문학의 예술적 효과인가 봅니다.
풀 잎새 따다가 엮었어요, 예쁜 꽃송이도 넣었고요.
그대 노을빛에 머리 곱게 물들면 예쁜 꽃모자 씌어 주고파
냇가에 고무신 벗어놓고, 흐르는 냇물에 발 담그고
언제쯤 그 애가 징검다리를 건널까 하며 가슴은 두근거렸죠.
흐르는 냇물 위에 놀이 분홍빛 물들이고, 어느새 구름 사이로 저녁달이 빛나고 있네
노을빛 냇물 위에 예쁜 꽃 모자 떠 가는데,
어느 작은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 이야기
노랫말이 서정적이며 애틋하죠. 그 애를 기다리는 소년의 타이밍 예측이 빗나가서 더욱 시답습니다. 만일 거기서 소녀를 만났다면 이 시는 문학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만났다 해도 소녀가 소년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작품 버리는 거죠. 하하. 그런데 제가 한가지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은 맨 뒤의 “어느 작은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 이야기”라는 해설입니다. 이 부분은 차라리 넣지 않는 게 더 시답지 않을까 여겨져서요. 하하.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김윤식 교수의 문학 강의에서 저는 ‘편집자적 논평’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작품에서 편집자(작가)의 사실적 해설은 작품성을 반감시킨다고요. 김윤식(1936~2018) 선생은 70, 80년 서울대 국문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로 유명했는데, 운 좋게 저는 그분의 문학개론 강의를 들었었지요. 당시 방송대가 서울대학교 부설이었기 때문에 말이죠. 제가 본격적인 문학가는 되지 못했지만 이런 들은풍월을 통해서 문학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나 봅니다.
문학작품은 ‘미완성의 완성’이 더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논문은 결론이 중요하나 문학작품은 결론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결론을 구체화하면 작품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물론 소설의 플롯은 발단, 전개, 절정, 결말, 시에서도 기, 승, 전, 결이라 하지만요, 플롯에서의 결말은 작품의 끝부분을 의미하는 것이지 작가가 내리는 해설로서의 결론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작품에서 결론은 독자의 상상과 감성에 맡겨야 한다는 거죠. 작가의 결론은 없지만, 작가와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 그래서 웃기도, 울기도 하는 작품, 이런 게 좋은 문학작품이라죠? 하하. 평론가도 아닌 사람이 오늘 아침 평론을 하고 말았네요. 2021.1.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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