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칫국
김치는 정말 좋은 식품인 것 같습니다. 저는 김치를 담그지는 못해도 먹기는 참 잘 먹지요. 특히 겨울철 김장 김치는 최고의 월동 식품이죠. 요즘 매식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 김치와 밥을 해서 맛있게 먹습니다. 같은 김씨 성인 김을 곁들이면 입에서부터 김치 김밥이 됩니다. 오늘 왜 김치 이야기를 꺼내냐면, 우선 글감이 없기도 하고, 김치통에 있는 김칫국물의 용도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매년 남은 김칫국물을 버렸는데 올해는 버리지 않아도 좋은 용도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건 이 노래 때문인데요. 예전에 60년대에 들었던 노래입니다.
해야, 해야 나오너라
김칫국에 밥 말아 먹고
장구치고 나오너라.
촌에서 아이들이 미역을 감다가 물 밖으로 나오면 살에 소름이 돋고 추워서 떨리는데 이때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구름에 가린 해가 빨리 나와 따스하게 해 주면 좋겠다는 작은 소원, 하하. 매우 한국적인, 너무나 한국적인 노래죠. 김칫국물이 들어가니 더욱 그러하네요. 동치미 국물이라는 말은 없으니 배추 김칫국물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사실 예로부터 동치미 국물은 거의 버리지 않습니다. 달콤한 무맛이 나는 국물, 정말 맛이 좋은데 요즘은 동치미를 덜 담그는지, 본죽을 사 먹으면 병아리 눈물만큼 주는 그 동치미 말고는 먹질 못하네요.
이런 말도 있습니다. “떡 줄 놈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하하. 참 묘하죠. 먹을 게 귀했던 시절의 속담, 요즘 같으면 대개 남의 떡을 얻어먹고 싶은 생각이 없을 것입니다. 이웃에서 주는 개업 떡도 잘 안 먹힐 때가 있죠. 이때도 김칫국은 필수? 요즘 공짜를 바라게 하는 건 아마 로또 복권, 복권을 살 때의 마음은 꼭 1등이 당첨되었으면 하는데, 안될 확률은 99.9%. 누군가 1등 당첨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을 확률이라는데, 매주 1등이 나오니 그거보다는 높은 것 같아요. 공것을 바라지 않겠다고 복권을 안 사면 그 주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기분이 드니 로또가 성실한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놀죠.
이제 김칫국물의 용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칫국물을 국을 끓일 때 넣으니 종합 양념 역할을 하더라고요. 콩나물국을 끓일 때도 김칫국물을 넣으면 좋고, 곰탕을 먹을 때도 김칫국물을 넣으면 맛이 좋아요. 오늘 아침엔 김칫국물을 넣고, 부추와 풋고추를 썰어 넣고 콩나물국을 끓여 잘 먹었습니다. 먹고 살아야 하는 인생, 기왕이면 맛나고 즐겁게 먹고살아야죠.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조카로부터 명랑한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점심을 사겠다고요. 하하. 오늘도 행운입니다. 2021.1.30(토).
'수필/컬럼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산골의 찻집에서 (0) | 2021.02.02 |
---|---|
노래와 시문학 (0) | 2021.01.31 |
학생의 정신 (0) | 2021.01.28 |
백신(vaccine) (0) | 2021.01.22 |
태양과 솔 브리지 (0) | 2021.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