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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100일의 법칙

100일의 법칙

이런 법칙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제가 지은 말입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은 것 같기도 하죠? 아마 절에서 100일 기도, 수능 100일 기도, 뭐 이런 현수막을 많이 보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네 그런데 100일이라는 날수는 3개월 10일인데요, 그리 짧지만은 않은 기간입니다. 어떤 결심, 예를 들어서 금연을 결심하고 100일만 잘 지키면 그 후로도 금연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영어 공부도 100일 동안 쉬운 교과서라도 한 권 달달 외우면 그 후로는 영어가 쉬워지는 것처럼 말이죠.

저의 100일의 법칙은 작심 3일을 방지하기 위한 법칙입니다. 하지만 저도 어떤 결심한 일에 100일을 성실하게 유지한 경우는 제법 드문 것 같습니다. 졸리고, 피곤하고, 게으르고, 그래서 늘 차선에 머무르곤 했나 봅니다. 100일은 100점을 보장받는 좋은 길일 텐데 90일 하다 지쳐버리면 90점밖에 못 받지요. 네. 그래서 다시 깨닫습니다. 책을 쓸 때나 피아노, 미술 연습을 할 때나 꼭 100일은 지켜내자고. 그러면 책도 피아노 연주도, 미술도 좀 마음에 들거라고. 하하.

어제 거리를 지나다가 미술학원에 구경 및 상담차 들어갔습니다. 저의 책에 넣을 그림을 좀 스스로 그려보고 싶은 욕심 때문에요. 그런데 그 40대 미술선생은 좀 도도했습니다. 전문가로서의 프라이드가 쌩하니 느껴졌습니다. 그는 취미 미술 그런 건 가르치지 않고 정말 전문가로 클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을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몇 달 대충 연습할 사람은 No thank you. 본인은 한번 작업을 시작하면 10시간 이상 그린답니다. 하루 한두 시간 그렇게 해서는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럴 각오가 되어 있으면 원생으로 받아준다네요.

옳은 말씀이지만 너는 그 학원에 원생이 될 수 없음을 곧 알아차렸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그러한 시간을 투자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요. 하하, 그래서 전문가 다운 그 미술선생을 마음으로 격려하며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그리고 정다운 복지관에서 무료로 1주에 2시간 진행하는 노인미술 프로그램이나 열심히 참여하자고 마음을 달랬습니다. 캘리그래피 1주 4시간, 3개월 배운 기능으로 책 표지 제목에 너의 휘호를 넣고 희열을 맛보았듯 그림도 그렇게 하면 전문 화가는 아니라도 너의 책에 넣을 삽화는 그릴 수 있을 걸로 믿고, 2016년 홍익대 미술교육원에서 6개월 수채화를 배운 경력도 좀 도움이 되리라 믿고 3월 개강을 기다립니다. 2021.2.20(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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