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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쌀과 콩, 그리고 고조선 문명

쌀과 콩, 그리고 고조선 문명

쌀과 콩의 최초 재배지는 한반도라고 합니다. 1만 2천 년 전 지구가 현 상태의 기후로 안정된 이후 한반도 신석기인들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재배한 주된 곡식은 단립품종(短粒品種: 낟알이 짧고 둥근 모양에 가까운 벼의 품종)의 벼와 콩이랍니다. 단립 벼는 동남아시아 아열대 지방의 쌀알이 길쭉한 장립(長粒) 벼와 비교되는데, 장립 벼가 온대로 오면 풀, 단립 벼가 아열대로 가면 역시 풀로 변해 곡식을 생산할 수 없다고 하네요. 신용하 교수의 강의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사실 전에 안남미(安南米: 인도차이나반도의 베트남 지방에서 생산되는 쌀)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쌀은 길쭉하고, 밥을 하면 푸석하고 맛이 별로 없었어요.

엊그제 된장찌개 백반을 사 먹었는데요, 역시 쌀과 콩이 주원료입니다. 콩으로 간장, 된장을 담가 쌀밥과 같이 먹으니 이건 정말 우리 민족의 가장 오랜 음식문화, 건강식입니다. 한반도 신석기인이 재배를 시작한 우리 쌀과 콩이 이렇게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좋은 식품으로 내려왔으니, 우리는 선인들의 지혜 위에서 이렇게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셈입니다. 정말 감사하고 신기하죠. 당시의 인류는 두개골의 크기가 현대인과 같다고 합니다. 다만 과학기술 문명과 문화의 축적이 안 된 상태라서 어렵게 살았지만, 정치 사회적 인식은 현대인과 비슷했을 것으로 추측된답니다. 그들도 나라를 세우고, 권력을 다투고, 이주를 하고, 전쟁을 하고 등등 말이죠.

저는 신용하 교수의 역사강의를 듣고 자신감을 더 얻었습니다. 우리의 고조선 문명(Ancient Korean civilization)이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다음으로 세계 3번째의 독립 문명이라는 해석에 기립 박수를 보냅니다. 그 해석의 근거는 제가 듣기에 실증적이고 합리적입니다. 이 학설이 세계적인 인정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후속 연구를 계속하면 할수록 이 문명설은 인정을 받으리라 믿습니다.

어제 깔끔한 된장찌개 백반을 먹으며 저는 이 땅에 사는 인간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내 지하상가를 산책하다 발견한 옷가게 이름 “똥 싼 바지”를 보고 속으로 웃었지요. 나는 저 바지는 사 입지 않겠네, 똥이 묻었다니, 하하, 똥인지 된장인지는 잘 구분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냐! 국사학자들도 마찬가지야, 정치가들도 마찬가지고. 좀 제대로 역사를 인식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냐? 삼국유사 紀異 편을 奇異[이상]한 신화로 해석하는 사람들, 기원 紀 자니, 우리가 중국과 紀元이 다르다고는 왜 해석하지 않을까? 단군조선은 신화가 아니라 실제 존재했던 고조선 문명사임을 왜 열심히 연구하지 않았을까? 이제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가 운을 뗐으니 앞으로는 좀 달라지려나? 2021.2.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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