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21.1.16일 토요일) 『뭘 걱정하세요』 책이 나왔습니다. 저의 작은 인생이랄까, 반성 문학이랄까, 뭐 그런 걸 좀 정리해본 것입니다. 머리말을 소개드립니다.
머리말
서재에서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밖으로 나갔습니다. 잠시 거리에 서서 행인들을 살펴봅니다. 아무런 저의도 없이 그저 저들의 삶을 피상적으로 관찰할 뿐입니다. 평화로운 가락동의 거리, 더운데 손잡고 걸어가는 연인, 헌 종이뭉치를 나르는 꼬부랑 할머니, 중절모를 쓰고 선글라스를 끼고 가는 백구두 바람 영감, 귀여운 아기를 업고 가는 젊은 엄마. 인간의 냄새가 여러 층위로 배어납니다.
저 중에 너는 어떤 층위일까. 너는 적어도 거만하지 않은 겸손한 문필가고 싶습니다. 색안경을 끼지 않는, 그래서 자연의 색상을 그대로 볼 줄 아는 정직한 관찰자가 되고 싶습니다. 때로는 현미경의 안목으로 세밀화도 그려보고 싶습니다. 개 코의 후각으로 참 인간의 냄새도 맡고 싶습니다. 그런데 지금껏 얼마나 때가 묻어버렸는지, 사우나에서도 씻을 수 없는 영혼의 찌든 때를 마음의 청정수로 말끔히 씻어내고 싶습니다. 저 아기처럼 해맑은 눈으로 방긋 웃는 그런 염화미소의 참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아마 이 소원은 다음 생에나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서울 삼각산 화계사 『화계』 법보(격월간)에 기고한 칼럼과 수시로 세상을 여행하며 쓴 불교 관련 수필을 모은 것입니다. 은빛 세계에 접어든 인생길에서 지난 세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배우고 실천하지 못한 자신의 언행을 참회하며 이런 글을 통해서나마 앞으로의 생활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볼까 합니다. 이종권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