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글을 안 올렸더니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를 걱정해 주시는 분들께 진심 감사드리며 새해 인사를 올립니다. 신축년 새해 코로나를 극복하고 온 나라 온가정에 만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친우에게
새해에는 친우를 맞이합니다. 그 친우는 친할 친(親), 소 우(牛), 이심전심 말이 없는 성실한 이웃 아저씨입니다. 배 속에 위를 네 개나 들여놓고 먹거리를 분산 보존하며 언제나 반성의 되새김을 실천합니다. 그래서 소는 절대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나 봅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저 천천히 꾸준히(slow and steady) 성실합니다. 개가 풀 뜯는 거랑은 완전 다르죠. 하하.
소는 미국 소나 한국 소나 모두 종씨인 것 같습니다. 다만 서양식으로 성을 뒤에 붙이나 보네요. 젖소, 한국 소, 들소, 코뿔소 등등. 그런데 저는 들소와 코뿔소는 겪어보지 않아 그 성격을 잘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부터 배우는 미국민요 “Home on the range(우리말 번안은 언덕 위의 옛집)”에 들소(buffalo)가 나오는데요, 가사는 이러합니다.
Home on the range
Oh, give me a home where the buffalo roam Where the deer and the antelope play
Where seldom is heard a discouraging word And the skies are not cloudy all day
Home, home on the range Where the deer and the antelope play
Where seldom is heard a discouraging word And the skies are not cloudy all day.
미국(미쿡) 배경이지만 고향의 모습은 평화롭죠? 사슴 들소 유유히 노니는 곳, 누렁 송아지 풀 뜯던 우리 고향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언어만 다를 뿐. 서산 개심사 가는 길 인근에는 한우 목장이 있습니다. 10여 년 전 서산을 여행할 때 본 누렁이들이 넓고 푸른 호수를 배경으로 초록 평원에서 자유롭게 풀 뜯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었습니다.
한편 불교의 초기 경전 『숫타니파타』에는 소들이 여러 곳에 나오고, 특히 ‘무소의 뿔’이 나옵니다. ‘무소의 뿔’이라는 제목 아래 40개 단락의 가르침이 나오는데, 정말 구구절절합니다. 이 잠언의 첫 번째와 두 번째 단락은 이러합니다(법정 옮김. 1999. 『숫타니파타』. 이레. 26~35쪽).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 폭력을 쓰지 말고, 살아 있는 그 어느 것도 괴롭히지 말며, 또 자녀를 갖고자 하지도 말라. 하물며 친구이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가라.
만남이 깊어지면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 사랑으로부터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네, 새해 신축년, 소처럼 근면 성실하고 우직하게, 작은 인연에 연연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겠습니다. 세상의 친우들이여! 사람 친우건 소 친우건 누구든지 서로 헐뜯지들 말고 참되고 정의롭게 소처럼 성실하게 걸어가면 참 좋겠습니다. 2021.1.14.(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