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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테스 형

테스 형

나훈아의 신곡 '테스 형'을 들어보았습니다. 서양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에서 테스만을 취하고 형을 붙인 일종의 신조어입니다. 하하. 언어유희의 재미는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노래를 들어보았습니다. 73세 노 가수의 목소리가 마치 40대 청춘같이 젊게 들려옵니다. 나이 들면 목소리도 나이가 드는 법인데 나훈아는 목소리가 늙지 않은 것 같네요. 노래하며 낙천적으로 살아서 그런 걸까요? 하기야 저도 전화 목소리가 젊다는 평을 가끔 듣는데요, 어떨 때는 전화 거는 쪽에서 저를 제 아들인 줄 알고 아빠 바꾸라고 하는 분도 더러 있으니까요. 그건 그렇고, 노래 가사는 이러합니다.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

들국화도 수줍어 샛노랗게 웃는다/그저 피는 꽃들이 예쁘기는 하여도

자주 오지 못하는 날 꾸짖는 것만 같다

아 테스형 아프다/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제 느낌에 노래 곡조는 구성진데 가사 내용은 좀 평범하네요. 자신의 인생 문제를 소크라테스에게 불평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시 패러프레이즈 하면 "나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뭔 말인지 모르겠어. 형은 인생을 그렇게 잘 알았어? 나는 정말 잘 모르겠어, 세상이 왜 이래, 인생이 왜 어렇게 서글퍼?”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습니다. 소크라테스도 희로애락을 겪었을 것입니다. 악처를 만났고, 자기 생각을 설파하다 당시의 법에 따라 사형까지 당했으니 그의 인생이 행복했을까요? 하지만 “너 자신을 알라”는 진리의 말씀 하나는 우리에게 뚜렷하게 각인시켜 주셨습니다. 우리가 깨닫든 못 깨닫든, 그 말은 진리라 생각됩니다. 이 말씀은 석가모니의 생각과도 같은 것 같습니다. 너 자신을 알아 지혜롭게 살아야 행복하다는 이 가르침, 이는 ‘툭 내뱉은 말’이 아니라 일찍이 소크라테스가 인류에게 행복으로 가는 길을 안내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나훈아 가수도 이런 정도는 이미 깨닫고 노래를 불렀겠죠. 훈아 형, 그런데 석가 형, 예수 형, 공자 형 등도 구성지게 한번 불러주시면 어떨까요? 네? 석가 형은 찬불가, 예수 형은 찬송가, 공자 형은 종묘제례악이 있으나 테스 형은 노래가 없었다고요? 2020.11.1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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