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향기
한 1주일 전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를 거닐다 <책과 향기>라는 간판을 보고 반가워서 그 점포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고객이 스스로 취향에 맞는 향수를 조합하여 사가는 향기 가게입니다. 그리고 한쪽 벽면에 책들을 정기간행물처럼 진열해 놓았는데, 책을 활용한 실내장식입니다. 보기에는 좋은데, 아하, 책보다 향기, 즉 ‘향기 장사’로군, 하며 순간 판단을 했습니다. 가게에는 종업원만 있었는데, 마침 외출했다 들어온 주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책과 향기’라는 간판에 끌려서 들어왔는데 정말 책에 관련한 일도 하고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매주 목요일 소규모 독서 모임을 한다며 관심 있으면 함께해도 좋다고 하네요. 향기 가게에서 독서 모임을 한다니 내심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어제 목요일 오후 7시 30분 그 독서 모임에 처음 가 보았네요.
참석인원이 4명인데, 각자 자기가 읽을 책을 가지고 와서 약 50분 정도 읽고, 읽은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입니다. 등장한 책은 『예수』, 『1분 몰입』, 『언어의 온도』 등인데, 네가 가져간 책은 성균관대 전광진 교수가 『드라마로 엮은 논어』입니다. 마스크 상태에서 먼저 인사를 나눈 다음 묵독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50분이 지나 책 읽기를 중단하고 각자 소감을 말해 보랍니다. 『1분 몰입』을 읽은 분은 짧은 시간 집중력이 공부에 선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걸 느꼈다, 『예수』를 읽은 분은 불과 몇 페이지 읽고 그 책 전체를 말할 수는 없지만 느낌은 온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아마도 교회에 다닐 것 같다, 『언어의 온도』를 읽은 분은 언어에도 따뜻한 말과 차가운 말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앞으로는 따뜻한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논어』 1장을 2장을 읽은 너는 전에도 논어를 몇 번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새롭다, 오늘 다시 음미한 명언은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다.”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경험을 해보니 1시간의 독서라도 서로 만나 한자리에서 읽고 소감을 말하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집에서는 게을러서 읽지 못하는 책을 한 20쪽이라도 상호 통제하며 읽을 수 있고 말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런 시간이 계속 쌓이면 회원들의 독서문화 능력과 이해력이 서서히 높아질 것 같습니다. 상대방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고, 관심 있는 책을 서로 추천할 수도 있으니 독서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겠습니다. 각자 좀 서툴지만 이런 모임을 통해 독서의 방법과 독서의 진실을 발견하고 독서의 경험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다면 독서의 효과와 보람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너는 전에 간행물윤리위원회 월간지에 기고했던 ‘독서의 진실”이라는 수필을 그 모임에 소개했습니다. 집에 오니 저녁 10시, 너의 글방에서도 독서동아리를 꾸려야겠다, 생각하며 준비할 일들을 구상해봅니다. 2020.10.17.(토).
'수필/컬럼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테스 형 (0) | 2020.11.13 |
---|---|
12 열차와 인생 번호 (0) | 2020.11.07 |
수면 내시경과 『소금이 나오는 맷돌』 (0) | 2020.10.13 |
느티나무 심은 뜻은 (0) | 2020.10.08 |
서식(棲息) (0) | 2020.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