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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그림책 강좌와 도토리묵 선물

그림책 강좌와 도토리묵 선물

어제 9월 28일 오후 2시 한밭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시니어 강좌 “손주와 그림책 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지난주에 개강했는데 너는 지난주 포천 조카사위 상에 다녀오느라 참석하지 못했죠. 그래서 너에겐 오늘이 첫 수업이 된 것입니다. 장소는 도서관이 아닌 구 충남도청 2층 소회의실, 한밭도서관은 지금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중 이랍니다.

오후 11시 50분 집을 나서 중앙시장 <착한 미용실> 앞 <은하식당>에서 맛있는 가정식 백반으로 위장에 평화를 내린 다음 유유자적 지하상가를 거닐었습니다. 체온도 재고, 손 소독도 하고, 화장실에 들러 화장도 고치며 개강 시간 30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구 도청 앞마당엔 소규모 농산물 시장이 열리고 있는데 그곳에서 커피 한잔을 얻어먹었죠. 하하.

기대하던 수업이 시작됩니다. 어린 친구들한테 인사하는 방법부터 실습하는데 점점 재미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성우 발성 연습,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엄마, 개구리처럼 말하기 등 발성 연습은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너는 20대에 아나운서 지망생 경력이 있고, 60대 초에 서울대 평교원에서 “앵커처럼 말하기” 한 학기 이수 경력이 있어 더욱 재미를 느끼나 봅니다. 강사는 노련했습니다. 이런 기본기를 먼저 훈련한 다음 그림책으로 가는데, 대뜸 책을 제시하지 않고 어린이의 상상을 유발하는 말로 시작하여 어린이들이 신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 책에 관련한 종이접기 실습까지 2시간 동안 참 재미있네요. 강사는 김미경 교수, 청일점인 너에게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시네요. 하하.

그런데 수업이 끝날 무렵 농업 전문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추석인데 줄 건 없고” 도토리묵을 한판 주겠다는 것입니다. 한 판이면 열 모는 될 텐데요, 네가 도청에 있다고 하니, 차를 몰고 그곳으로 와서 픽업하여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네요. 아니 웬 묵사발? 이건 정말 기분 좋은 묵사발인걸, 하며 입이 바소쿠리처럼 귀에 걸리려 합니다. 곧 친구가 와서 친구 차를 타고 집 앞에 도착 묵 한판을 선물 받고, 친구는 또 다른 곳에 묵 선물을 하겠다며 급히 가버립니다. 차도 한잔 못 하고.

행복을 피부로 느끼는 날이었습니다. 그림책 강좌에서 마음껏 웃고, 친구의 묵 선물에 황송 감사하며, 내년에도 친구가 생산한 맛있는 ‘수광’쌀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에 마음이 흐뭇합니다. 너는 그 묵 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매형께 들고 올라갔습니다. 그랬더니 매형이 양념간장을 만들었습니다. 매형과 너는 도토리묵 안주로 술 한잔을 걸치지 않을 수 없었죠. 친구는 너에게 이렇게 행복을 주는데 너는 너 살기도 바빠 남에게 행복을 주지 못하네요. 앞으로 그림책 읽기 열심히 배워 손주와 어린이들과 책 놀이를 즐기며 행복하게 놀아야겠습니다. 2020.9.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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