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컬럼/수필

인간의 신비

인간의 신비

신비(神祕)란 신만이 아는 비밀입니다. 국어사전에는 신비를 “이성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을 만큼 신기하고 묘한 현상”으로 풀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성 영역을 넘어서는, 인간이 이성적으로 풀 수 없는 현상을 ‘신비’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간 세계에는 과거 인간이 풀 수 없던, 신의 영역이라 여겼던 문제들이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풀리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통틀어 ‘산업혁명’이라고 일컫고 있죠.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은 각각 초기 단계에서는 혁명이었지만 이제는 거의 일반화되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1, 2, 3, 4차 산업혁명 환경 속에서 살다 보니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은 100여 년 전부터 너무 당연한 일상이 됐고, 무선 스마트 폰을 들고 다니며 온갖 정보를 교류, 파악하고 공사 업무를 보는 것도 10여 년 전부터는 당연한 일상이 되었네요.

요즘의 4차산업혁명 사회는 저 같은 구세대에겐 거의 신의 세계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딜 가나 이 신비한 디지털 시스템에 적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고속도로를 통과할 때도, 열차표를 살 때도, 햄버거를 살 때도 사람보다 컴퓨터가 다 처리해줍니다. 은행 업무도, 주민센터 업무도, 도서관 업무도, 강의도 인터넷으로, 그래서 인간관계가 점접 소원해지고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19까지 찾아와 거리를 두라 하니 설상가상으로 적응하기가 쉽지 않네요.

그런데 어제 25일 오전 일찍 들어오던 연금이 오후가 되어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또 잘렸나, 하고 구청에 전화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시스템 오류가 생겨 늦어지고 있는데 근무시간 이전에는 입금이 될 것이라며 안심을 시켜주었습니다. 하하, 잘린 건 아니네, 다소 안도하며 인간이 만든 ‘신의 세계’도 고장 날 때가 있다는 가설을 아직은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율 주행 자동차도 만일의 고장에 대비하여 운전석에 조종사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말입니다.

너는 일종의 무신론자였습니다. 계룡산 사이비 종교의 고장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반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너의 의문은 “빌고, 굿한다고 문제가 풀릴까?”였습니다. 지금도 이런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인간의 합리에 의한 과학의 발전에 경이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신이 아니어서 완벽하지 않으니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철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요즘 와서는 신의 존재를 인정할 마음이 일고 있습니다. 신이 있기에 우리에게 정신이 있고, 신이 있기에 우리는 신비롭게 태어나 사랑하고, 미워하고, 싸우는 것인가? 신이 있기에 우리는 언젠가 저 우주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인가? 2020.9.26.(토).

 

'수필/컬럼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경의 철학  (0) 2020.10.03
그림책 강좌와 도토리묵 선물  (0) 2020.09.29
무상무념 체험기  (0) 2020.09.24
목사님의 깨달음  (0) 2020.09.17
수업료 환급과 알로하오에  (0) 2020.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