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컬럼/수필

꽃 중의 꽃

꽃 중의 꽃

꽃 중의 꽃은 무궁화일까, 백합일까? 어제부터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백합 때문입니다. 물론 “꽃 중의 꽃 무궁화꽃 삼천만의 가슴에” 하는 조미미의 노래가 있어, 그리고 무궁화는 나라꽃이기에 무궁화를 꽃 중의 꽃이라 하는 데는 아무런 이의가 없습니다. 하지만 백합을 살 때 백합의 한자 의미를 알고부터, 나아가 페이스북에 백합꽃 사진을 올렸더니 지인께서 ‘꽃 중의 꽃’이라 언급하셔서 백합을 꽃 중의 꽃 후보로 올려놓아 보는 것입니다.

사전에 백합의 한자는 百合으로 나오는데요, 사전에 설명은 없으나 그 의미는 ‘백 가지를 합한 것’, ‘백 가지 꽃을 합한 것’ 정도로 쉽게 풀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백 가지 꽃을 합해야 백합이 되니, 다시 말하면 꽃 중의 꽃이 되는 거죠. 그러고 보니 백합은 품위가 있고 향기도 좋고 색도 참 아름답네요. 꽃말은 ‘순결’이라네요. 앞뜰에 분홍색 백합꽃을 배치하니 현관문을 열 때마다 정말 향기가 그윽하게 풍깁니다. 오전에 비가 와서 빗물을 함초롬히 머금은 백합을 영접하고 들어 왔는데, 딩동, 초등 동창 여우(女友)로부터 문자가 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답답한데 비가 오니, 비가 우울한 걸 처음 알았다네요. 하하.

그래서 맞장구를 치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 女友는 품행과 예의가 참 바르고 명랑한 친구라, 비가 오면 비를 즐기는 스타일인데요, 이 답답한 코로나 상황에서 비가 오니 비에 우울을 섞어 마셨나 봅니다. 그럴 수 있지요, 뭐. 그래서 마침 엊저녁부터 피기 시작한 비 맞은 분홍빛 백합 사진을 보내며 웃어보라 했지요. 그랬더니 잘 키웠다고 칭찬해 주며, 위로된다는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가꾼 백합 사진도 보내왔네요. 하하. 그 친구는 자칭 ‘꽃아줌마’인데요, 역시 백합도 가꾸나 봅니다. 꽃 선각자네요. 오늘, 전엔 미처 몰랐던 백합의 아름다운 향기를 가득 맡으며,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았습니다. 4시간 강의 PPT 준비, 피아노 에델바이스 연습, 우쿨렐레 연습, 그리고 3km 산책, 시장에서 사 먹은 4천 원 보리밥은 참 맛이 좋았습니다. “보리밭 사잇길로” 노래를 “보리밥 비벼 먹고”로 치환해 부르고 싶네요. 하하. 모두 우울하지 마시길. 2020.7.22.(수).

'수필/컬럼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지런한 베짱이  (0) 2020.07.27
어린이 기자들과 함께하는 도서관 이야기  (0) 2020.07.27
백합 전문가  (0) 2020.07.19
천태산 영국사에서  (0) 2020.07.19
호흡과 튜브의 인문학  (0) 2020.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