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과 튜브의 인문학
사람은 하나의 튜브랍니다. 입에서 내장을 거쳐 항문으로 이어지는 튜브, 튜브 중간, 중간에 여러 조정 장치들이 있고요. 그중 허파는 매우 중요한 생명 조종 기관이죠. 허파는 심장과 연동하고 있어 100m만 달려도 숨이 가쁘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죠. 이런 내연기관을 정상 가동하는 것이 생물적인 우리들의 삶입니다.
이러한 생물학적 신체의 바탕 위에서 인간은 또 다른 정신적 영역을 구축하여왔습니다. 이 정신 영역은 직접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행동을 통해서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의 행동, 말과 글을 보면 그 사람의 정신이 좀 보이는 거죠. 하지만 한 사람의 정신이 속속들이 다 보이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은 생물적 호흡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는 시대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19 때문이죠. 의사도 정부 당국도 이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따라서 마스크를 써야 하는 기간도 그만큼 연장될 것이니 이래저래 호흡의 자유가 그립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정신적 호흡만큼은 자유롭게 유지하는 게 좋겠습니다. 무슨 말씀이냐고요?
우리의 정신은 원래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을 넘어선 어디엔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예로부터 인간의 정신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곳이 책인데, 책에는 자연과학을 빼고는 거의 비현실적인 이야기, 즉 이상적인 이야기들이 들어 있으며 이런 분야를 인문학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문학이 가능한 것은 사람은 현실을 넘어 이상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존재는 동물들입니다. 그들은 이상을 추구할 줄 몰라 학문을 못 합니다. 동물학도 동물이 하지 않고 사람이 하니까요.
우리는 현재 제한된 생물적 호흡의 자유를 하루빨리 되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튜브에 들어 있는 정신의 자유를 더욱 발전시켜야 합니다. 인간만이 추구하는 이상의 자유, 인문학의 자유를 좀 더 튼실하게 구축해야 합니다. 생각하는 자유, 삶의 가치를 추구할 자유, 그 자유권적 기본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부지런히 책을 읽고, 책을 쓰며, 이상을 현실에 적용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유튜브를 하더라도 비방, 욕망의 유튜브보다 상생의 유튜브를 해야 할 것입니다. 아, 그런 유튜브는 인기가 없어 돈을 못 벌 거라고요? 네, 그래서 문제네요. 2020.7.1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