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침의 철학
요즘은 시계도 거의 디지털이라 숫자로 시각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너는 디지털시계보다는 동그란 아날로그 시계를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영락없는 구세대지만 말이죠. 시침과 분침, 그리고 초침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그 동그라미 시계, 그걸로 시계를 볼 수 있게 된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3학년(1960년) 때인 것 같습니다. 집에 시계라곤 배꼽시계가 전부였으니까요. 그땐 시계도 문명의 이기였죠. 너는 지금도 그런 바늘 시계를 차고 다닙니다.
그런데 요즘 시계의 철학 한 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시침 때문입니다. 아날로그 시계에는 초침, 분침, 시침이 있습니다. 초침은 1초, 1초 바삐 가고 분침은 1분에 한 칸씩 천천히 가는데요, 시침의 움직임은 눈으로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데 1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한 칸 가 있지요. 이건 물론 시계로서 당연한 거지만, 또 사람이 그렇게 만들었지만, 그 움직임을 보면 참 신기합니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이런 철학을 실천하는 모양새라 말이죠. 영어에도 slow and steady라는 말이 있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리고 그건 성공법칙이라고들 말합니다.
맞습니다. 천천히 가되 꾸준히 가는 것, 성공의 법칙이자 인생의 법칙입니다. 너무 느려도 안 되고, 너무 빨라도 안 되고, 제 속도대로 가면 나름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고, 나름으로 목적지에도 도달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이를 두고 시계의 철학, 더 좁혀 시침의 철학이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사람이 시계처럼 기계적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쉼은 길어도 꾸준히 갈 수는 있습니다. 초침처럼 빠르게 가는 것이 나이라면 시침처럼 꾸준히 가는 것은 인생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시침 딱 떼고, 가 보지 않은 길을 시침처럼 가야겠습니다. 왜 이불 시침이 나오냐고요? 하하. 이제 자려고요. 2020.7.1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