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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천태산 영국사에서

천태산 영국사에서

너의 역마살은 아직도 싱싱합니다. 토요일 자동차를 훈련한다는 핑계로 집을 나섭니다. 목적지는 일단 인근 옥정사 약수터, 물병 다섯에 물을 길어 차에 싣고 검색해 둔 충북 영동군 영국사로 향합니다. 10여 년 전에도 영국사에 가 본 기억이 있으나 그 이미지는 이미 다 사라졌습니다. 천년 된 은행나무가 있었다는 것밖에는.

옥천을 지나니 한적한 시골길, 길옆으로 묘목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농장들이 보이고, 좀 더 지나니 숲속의 외길입니다. 차가 서로 비켜 가기 어려울 정도의 한적한 외길, 다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숲속이니 신선함을 믿습니다. 오르락내리락 내비게이션의 지시대로 도착했는데 절은 보이지 않습니다. 엉뚱한 곳인가, 다소 실망하며 풀밭에 차를 세우고 길모퉁이를 돌아가니 은행나무가 보입니다. 내비게이션의 불완전성을 뒤로하고 천천히 사찰 감상에 들어갑니다.

천살 정도 되었다는 은행나무, 사람 키 높이 부분 둘레 11m, 키는 31m, 가까이에서는 카메라에 다 잡히지 않습니다. 뿌리와 밑둥이 육중한 나무, 그 나이를 생각하며, 나무의 위대함을 느껴봅니다. 어찌 한 자리에서 천년을 버티고도 아직 저리 생생할까? 안내판에 있는 전설에 보니 이 나무는 국가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소리를 내어 운다고 하네요. 그리고 영국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각대사가 창건하였고, 고려 문종 때 대각국사가 국청사(國淸寺)라 명명하였으나 고려 공민왕 때 홍건적의 내습을 피하여 이 절에서 국태민안을 기원하였으므로 안녕 寧 자를 써서 寧國寺라 했답니다. 녕국사인데 두음법칙에 따라 영국사로 된 거네요. 처음에 영국사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잉글랜드 英國과 같은 꽃부리 英 자인 줄 알았는데요. 아, 착각의 자유! 이곳은 충청북도 영동군 양산면 누교리, 천태산 자락이랍니다. 천태산이라는 이름도 불교적이네요. 천태종(天台宗) 말입니다. 백과사전에서 천태산(天台山)을 검색하여 사전 작성자가 사용한 수식어는 생략하고 정리해 봅니다.

천태산은 해발 714.3m이며 자연경관이 아름답다. 천태산은 4개의 등산코스가 있고, 특히 75m의 암벽 코스가 있다. 천태산 입구에서 20여 분 가다 보면 기암절벽에서 쏟아져 내리는 용추폭포가 있고, 조금 더 가면 1,300여 년 동안 이산을 지키고 있는 영국사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233호)가 있다. (백과사전, 대한민국 구석구석 발췌).

영국사 인근에 상업 시설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등산객 이외에는 인적이 드문 산골 자락, 보은 속리산 법주사의 말사라는데요, 스님은 한 분도 보이지 않았어요. 아마 하안거에 들었을 것 같네요. 나중에 또 시간이 되면 천태산을 등산하며 용추폭포나 감상해 볼까, 생각해 봅니다. 언제나 관광은 한 번 와서는 못 보는 풍광들이 있는 법이니까요. 영국사에서 국태민안을 기원하며 너는 다시 좁다란 숲길을 따라 요리조리 차를 몰고 나왔습니다. 2020.7.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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