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오늘도 평행선을 달립니다. 철도 궤도 말입니다. 그런데 만일 철도의 궤도가 평행선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요? 모노레일은 외선이므로 평행선이 아닙니다. 평행선은 2줄 이상이라야 성립하니 모노레일은 원래 평행선의 연구대상이 아닙니다. 철도도 역에 이르면 목적지를 바꾸는 선들이 이리 만나고 저리 갈라지지만, 그곳에서도 다 평행을 유지합니다.
평행선은 평화와도 통하는 것 같습니다. 平行과 平和는 언어적으로 같은 평(平)자 계열이며, 실제로도 둘이 나란히 갈 때 안전하니까요. 그런데 국어사전에서는 평행선을 “대립하는 둘의 의견이나 관계가 변화나 양보 없이 같은 상태인 채로 있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또는 어느 점에서도 만나지 않는 동일 평면상의, 둘 또는 둘 이상의 직선”이라고 해설을 하고 있네요. 평행선은 원래 수학적 물리적 용어일 텐데요, 인간의 의견대립을 먼저 내세우니 좀 의아하네요.
하지만 평행은 수학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대립이 아니라 동행입니다. 영어사전에서는 평행을 “parallelism; parallel”이라 쓰고, 용례로 “a road running parallel to[with] the railway”라고 제시하네요. 또 평행선은 parallel lines, a line parallel to another로 해설하여 국어사전에서 적용한 ‘대립’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네요. 수학적 용어이니 대립이라는 인간관계 개념을 넣지 않고 오히려 ‘나란히’라는 가치 중립적 의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대립(對立)은 영어로 confrontation, conflict, opposition, be up against, antagonism이라고 하여 반대와 분쟁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고요.
그래서 저는 인간관계에서도 ‘평행’에 대립 개념을 빼고 동행개념을 부각하여 실제 생활에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평행과 평행선이라는 본래의 수학적 의미를 적용, 인간관계도 그렇게 나란히 나란히 가자는 거죠. 신발장에 신발들이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평행은 균형(balance)과도 통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에 평정심을 유지할 때 일이 순리대로 풀리듯이 이 세계사회에서도 모든 부면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동행할 때 더 나은 평화를 이루게 되리라 믿습니다. 철도가 보여주는 평행선에서 인간과 사회의 평화의 길을 봅니다. 2020.6.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