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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거리 두기

거리 두기

요즘 코로나 전염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두렵고 불편합니다. 정부에서도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력히 권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 긴장감이 좀 느슨해진 느낌입니다. 코로나 상황이 너무 오래가다 보니 좀 지치기도 했고요, 그래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에 나온 사람들도 가끔 봅니다. 그래도 그러면 안 되는 건데요.

거리 두기는 전염병과는 별도로 사회생활의 예의범절에서도 꼭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고위직 공무원, 사장님, 스승님 등 높은 분들과는 좀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그런 분들과 너무 거리가 가까우면 사회 질서가 교란됩니다. 그분들도 부정당하게 편을 가르니까요. 주로 고위직 인사들의 가족이나 친척이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높은 사람이 가족이나 친지일 경우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법치주의 정의가 무너질 가능성이 더욱 짙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표현 대신 ‘물리적 거리 두기’로 표현을 바꾸자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사회적 거리는 인간관계인데 사회적 거리를 두면 인간관계가 멀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밀착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물리적 거리 두기가 더 합당한 말이라는 것입니다. 네, 어의적으로는 맞습니다. 하지만 말이란 자연과학처럼 엄밀한 게 아니라, ‘척하면 착’이라고 사회적 거리를 물리적 거리로 이해하면 되는 것이기에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살펴야 할 문제는 있습니다. 우리가 사회적 거리든 물리적 거리든 거리를 둔다고 해서 기존의 돈독한 인간관계까지 거리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역병 때문에 할 수 없이 거리를 두긴 하지만, 그동안의 돈독한 인간관계는 변함없이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동안의 인간관계에서도 높은 사람과는 4.5m 이상, 그리고 친근한 사람과는 1m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kinesics 이론인데요, 그러기에 서양이나 동양이나, 물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상황에 맞는 적정한 거리 유지는 꼭 필요합니다. 부부간에 편하다고 막말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사랑하되 거리를 두고 존중하라”, 오늘은 이 말을 모든 인류께 꼭 드리고 싶습니다. 2020.6.2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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