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비 밤 비
어제 종일 비가 오락가락했습니다. 실내 화초를 꺼내 비를 맞게 해주고, 5m 고무호스를 수도 꼭지에 꼽아 문 앞 물청소를 했습니다. 느낌이 시원합니다. 이어 단골 식당에 들러 청국장을 먹고 나서는데 비가 제법 많이 내렸습니다. 하늘색 우산을 받고 약 100m쯤 걸으니 구두 틈 사이로 시원한 빗물이 한 방울, 두 방울, 이럴 때 예전 시골에서는 바짓가랑이를 둘둘 말아 정강이까지 걷어 올리고 고무신을 철컥거리며 걸었었는데요, 한 참 걷고 나면 발이 불어서 저절로 묵은 때가 벗겨졌는데요, 하하. 또 향수병 발동?
동요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를 피아노로 연습합니다.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비가 오면 부서집니다. 해님이 방긋 솟아오르면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옵니다.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옵니다.” 이 간단한 노래도 왼손으로 화음 맞추랴, 오른손으로 멜로디 맞추랴, 손이 바쁘네요. 그래도 동심으로 1시간을 보내니 네가 노인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하하.
밤에도 계속 비가 내렸습니다. 죽마고우 김 대령과 1시간이나 통화하며 옛이야기를 풀어내니 그것도 향수, 함께 고향 산천과 친구들을 그리며 통화를 끝내니, 또 빗소리가 들려옵니다. 빗소리 들리는 밤의 창가에서 너는 또 서정시인처럼 빗소리를 감상하며 “긴 머리 소녀”를 우쿨렐레로 연주해 봅니다.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모습, 달처럼 탐스런 하얀 얼굴...” 하하. 너에게 그런 소녀는 없었지만, 이는 상상만으로도 풋풋한 장면입니다. 가사에서 시골 소녀라고 약간 측은해하는 뉘앙스만 뺀다면 말이죠. 이 새벽에 다시 빗소리를 들으며 아침 일기를 씁니다. 인생은 늙어도 젊은 것, 오늘도 이 마음 간직하며 학교 갈 준비를 해야겠네요. 와, 오늘은 월급날! 2020.6.25.(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