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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꽃밭에서

꽃밭에서

“꽃밭에서”가 동요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에서도 꽃밭은 많이 있습니다. 오늘 2020년 5월의 마지막 날 오전 11시 코로나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약 반년 만에 초등 동창들이 모였습니다. 참석 인원은 9명,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야, 너, 나, 하며 반말을 일삼았습니다. 육두문자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밑바닥엔 존경과 배려의 마음이 짙게 깔려 있어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 그 말은 육십 이순(耳順), 칠십 종심소욕(從心所欲) 시기에 들어선 우리에겐 별로 통하지 않는 이론입니다.

손씨 성을 가진 동창이 대전광역시 문화동에서 운영하는 그 이름도 웃기는 <옷 벗은 닭 한 마리> 식당에 오전 11시, 9명이 모였습니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니 아무것도 먹지 않을 것 같아 더 우습습니다. 마스크는 KF94, KF80, 그리고 치과용 마스크 등 다양했습니다. 예전 우경(牛耕) 시절에 소들이 쓴 마스크는 아마 KF00, 그때 그 시절 소들은 일할 때 꼭 성근 입마개를 했었지요. 일하면서 풀을 못 뜯게 농부로부터 규제당한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소도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왜냐면 요즘은 농부들이 소들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아 그 답답한 집단 수용소에 마냥 갇혀 있거든요.

오리고기와 찰밥으로 이른 점심을 먹고 야외로 나섭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총무가 미리 정해둔 한밭수목원, 동창 차 2대로 한밭수목원에 이르니 주변이 완전 천연 예술의 전당입니다. 대전 예술의 전당도, 국악원도 이곳에서 현대식 건물과 시설을 자랑하며 우리에게 격세지감을 줍니다. 주차장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수목원으로 들어가니 놀랍게 펼쳐진 꽃들의 천국, 그리고 그들의 향기, 우린 연신 와!, 와! 소리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주름진 얼굴에 그 아름다운 꽃들은 그리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한껏 ‘늙음의 젊음’을 구가합니다.

주차비 0에 맞추어 3시간 정도 야외 수목원을 걸으며, 온갖 꽃밭 디자인, 하늘이 비친 맑은 초록 풀(grass) 연못, 그 위에 수련하는 아름다운 수련들, 천연 박물관을 구경하고, 열대식물원도 구경했습니다. 걷느라 다소 더운데 총무가 아이스크림을 사줍니다. 우린 예전 아이스케이크를 생각하며, 그 아이스케이크를 외치던 아이들의 절규를 떠올리며 bravo!, bravo! 오후 3시에 각자 집으로 향합니다. 너는 땀에 젖은 속 옷을 등골에 감지하며 버스를 탔습니다. 오늘 찬란한 5월의 꽃밭에서 놀아난 우리의 행운을 소중하게 간직합니다. 친구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내며 그들의 여생도 오늘 우리가 체험한 아름다운 꽃밭이 되길 기원해봅니다. 아멘,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2020.5.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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