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서비스
요즘의 관공서 행정은 예전의 급행료 행정 시절에 비하면 월등하게 개선되었습니다. 일단 어디에 가나 공무원들이 친절합니다. 그리고 일을 정해진 지침안에서 성의껏 처리해 줍니다. 설명이 좀 미흡할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민원인이 화내지 않을 정도로 처리해 줍니다.
일전에 건강 보험료가 수입대비 약간 많은 느낌이 들어 국민건겅보험공단 대전 지사에 들러 보험료 산정 근거를 문의해보았습니다. 다들 마스크를 하고 얼굴을 가린 채 상담하는데, 현재 당신의 건강 보험료는 2019년 5월에 세무서에 신고한 2018년도 종합소득 신고 내용을 적용, 2019년도 보험료를 산정한 것이라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5월 말까지 2019년도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면 그 자료가 11월에 오는데, 그 금액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진다며, 11월 전이라도 6월에 소득증명을 가지고 오면 6월부터 적용해 준다고 했습니다.
일견 이해가 되기는 됩니다, 하지만 지금이 2020년인데 아직 2018년도 소득금액을 보험료 산정에 적용한다는 데 대해서는 의문이 생깁니다. 개인 소득이 인터넷으로 연동이 돼 있는 상황에서 매월 그때 소득을 적용해 산정하면 안 되는지? 디지털 시대의 행정인데 왜 과거의 불편한 방식을 지키고 있는지? 이건 담당자에게 따질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담당자의 업무영역이 아니라 중앙에서 지침을 내려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구청에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기초연금 수급자로 확정통지를 받았는데,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해보았습니다. 대답하는 직원의 음성은 친절했지만, 당신의 기초연금이 4월 20일에 확정된 관계로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은 별도로 신청해야 한답니다. 이번에 자동지급 대상은 3월까지의 기초연금 대상자로 정했기 때문에 4월에 확정된 기초연금 수급자는 그 혜택에서 빠진다는 것입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월에 연금 수급자료 확정된 자라면 당연히 해당할 것 같은데 아니었습니다. 역시 시민 편의적 행정이 아니라 행정 편의적 행정인 것 같습니다.
또 하나 더 있습니다. 대전형 재난지원금입니다. 이것도 처음에는 모든 대전시민에게 다 해당하는 것처럼 홍보했는데요, 그리고 신청접수를 다 받아주었는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신의 경우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서 1인 가구는 보험료 납부액이 월 13800원을 넘으면 해당이 안 된다네요. 당신은 월 8만 5천 원이나 내고 있지요. 그럼 신청 당시에 이런 기준에 해당하면 신청을 받지 말아야지, 왜 신청을 다 받아 놓고, 그것도 오전엔 대기표를 나눠주고 오후에 오도록 두 번 걸음을 시켜놓고, 실망하게 만드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행정은 대국민 서비스입니다. 국민의 편에 서서 일을 처리하는 게 가장 좋은 행정일 것입니다. 국민에게 불편을 주고,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주는 행정은 일종의 속임수입니다. 행정이라는 단어에는 ‘바르게 행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과거에는 네트워크 사회가 아니라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 많았고, 또 그걸 이용해서 사익을 챙기는 급행료라는 악습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입니다. 중앙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이러한 시차에 따른 모순이나 제도 미비에서 오는 국민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행정서비스를 좀 더 개선했으면 좋겠습니다. 2020.5.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