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이동
아침에 중앙일보에서 “서양 우월주의의 종언?”이라는 고대훈 기자의 칼럼을 보았습니다. 코로나 19에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이 허둥대는 모습을 그렇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사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진작부터 “문명은 발생지에서는 번창하지 않는다,”는 역사적 사실들을 확인하고, 문명의 이동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탄생했으나 그들은 거기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번창했던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문명은 그리스와 로마로 갔습니다. 그들 유럽 문명은 스페인, 포루투칼의 항해술과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미국을 수립하여 한동안 미국이 세계를 다스려 왔죠.
저도 요즘 이탈리아, 프랑스, 도이칠란드, 스페인, 미국 등의 코로나 19 대응을 보며 의아해하고 있습니다. 그들 과학의 나라들이 이번 신종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신문과 방송을 통해 들으며 “저들이 저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류 생존의 요체는 건강과 행복이기에 어느 나라건 명목적으로는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태평성대는 역사적으로 오래가는 법이 없었습니다. 태평성세는 방심을 부르고, 그래서 자만하며 자축합니다. 그러다 또 당하는 거죠. 동양에서도 태평한 요순시대가 있었고, 주나라가 이어 번창했으나 주나라 말기에 군웅이 할거하는 전국시대가 왔다고 들었습니다. 난리가 난 거였죠.
인류는 현명하지만 지혜롭지 못한 이율배반의 DNA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것 같아요. 어떨 때는 현명하다가도 어떨 때는 바보 같기도 하거든요. 아무리 유명 인사라도 바보 같은 일을 저지를 때 명성을 잃습니다. 정치가든, 언론인이든, 학자든 똑똑하고 잘난 척하면 다 무너지더라고요. 이건 역사의 교훈입니다. 그런데 이걸 모를 리 없는 현명한 분들이 또 바보 같은 행동을 실천하더라고요.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건강과 행복의 추구,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무능함, 이걸 고치는 게 이 시대의 역사적 사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문명의 중심이 서서히 극동으로 이동하고 있는 이때, 코로나로 인해 이동의 속도가 더 빨라질지도 모르는 이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싸우지들 말고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하겠습니다.
추신: 종언(終焉)의 한자 조합이 재미있네요. 저는 종언(終言)인 줄 알았는데요. 焉은 주로 어조사로 쓰거든요. 예를 들면 “~~이니라”, 그래서 “서양 우월주의의 종언?”을 풀면 “서양 우월주의에 끝이 보이느니라?” 정도가 되겠네요. 2020.4.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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