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門)과 문(問)
자연에는 문(門)이 없지만, 인문(人文)에는 문(門)이 있습니다. 인간은 항상 자연에 드나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인문이란 인간이 하는 모든 문명 활동을 말합니다. 그래서 당연히 자연과학도 포함됩니다. 자연엔 문이 없지만, 자연에 갈 때 우린 노크를 해야 합니다. 그 노크란 곧 질문(質問)입니다. 그 질문이 좋으면 자연은 좋은 답을 주고, 질문이 별로이면 자연은 별 답을 주지 않습니다. 언어유희 같다고요? 네, 언어유희 맞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우리의 학문(學問)과 종교(宗敎)는 모두 자연이 인간의 질문에 답한 결과물들입니다.
인간은 태고 때부터 무량한 의문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인류사 400만 년 동안 인간들은 그 의문에 대한 자연의 답을 듣고, 자연의 답을 실행하여 지금의 문명을 일궜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지혜가 많은 인간이라며 ‘지혜인’이라는 이름표를 달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의 ‘코로나 사회’의 인간 행태를 보면 ‘지혜인’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습니다. 자연과학을 한 사람들은 그래도 정직한 편입니다. 하지만 말로만 학문을 한 사람들은 학자나 종교인이나 다 정직하지 못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거짓말, 위선을 당연시하며 자연과 인류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정말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과거 성현들은 이러한 혼돈의 사상과 철학을 전하지 않았는데, 오늘 문명인이라고 자처하는 일부 정객들은 혼돈을 더 고집하고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자연과 또 다른 자연, 인간에게 질문을 많이 해보았다는 사람들이 더 혼돈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마 자연으로부터 착하고 좋은 답을 얻지 못했나 봅니다. 아마 도덕이 부재한 허상이 주는 이상한 답만 골라 들었나 봅니다.
춘삼월 호시절에 집에만 있으니 참 답답합니다. 모든 학교가 휴업해 우리의 희망, 어린싹을 만날 수 없어 울고 싶습니다. 집에 있어도 마치 감옥에 있는 기분입니다. 3월 마지막 주, 또는 4월 첫 주에 개강 예정이라지만, 그때까지 코로나를 잡는다는 전제조건이 붙어있습니다. 코로나 감염자는 지금도 증가추세, 2020년 3월 3일 현재 확진자가 5,186명이랍니다. 그리고 31명이 목숨을 잃었답니다. 돌아가시는 분들은 전염 우려 때문에 장례식도 없이 바로 화장된다고 합니다.
21세기라고 세계 문명의 수준이 다 같은 것은 아닙니다. 한 나라 안에서도 유식, 무식의 개인차가 많고, 문맹과 문명이 공존하듯이, 우린 한편으로는 과학 문명사회에, 한편으로는 서로 헐뜯고 싸우는 미개사회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전염병이 창궐하는 와중에도 정객들은 일머리를 잃고 싸우고 있습니다. 미개 한국 21, 시일야방성대곡입니다! 2020.3.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