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인문학
밤중에 유튜브로 동양 고전강의를 들었습니다. 요즘은 저명한 강사의 강의도 집에서 무료로 골라 들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학점에 관계가 없어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지요, 그러기에 느슨하게 듣는 단점이 있습니다. 긴장감이 없거나 적은 거죠.
오늘 들은 강의는 두보와 이태백의 시에 관한 내용인데요, 서울대 중문과 이영주 교수가 2012년에 한 강의인데 녹화되어 있으니 언제라도 들을 수 있네요. 강의시간은 2시간, 쉬는 시간이 없는데, 쉬는 방법은 잠시 컴퓨터 화면을 클릭하면 됩니다. 쉬는 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죠. 너무 많이 쉬면 문제지만, 하하.
매형이 주신 머위를 삶아 반숙을 만들어 놓고, 상추를 씻어 그릇에 담아 놓고 계속 들었습니다. 처음엔 오언고시, 오언율시, 칠언고시, 칠언율시, 평, 측, 압운 등, 마치 수능 강의처럼 들렸지만 가면 갈수록 재미가 느껴졌습니다. 두보는 시경의 정신을 이어받은 정통파 시성(詩聖)으로 사회 개선을 지향했고, 이태백은 노장사상과 닮은 통 크고 무한한 창의적 시선(詩仙)이라고 요약하네요.
오늘 또 느꼈습니다. 이런 강의를 들은 후에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은 강의에서 언급한 책을 구해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경, 노자, 장자, 두보, 이태백, 사마광 등. 강의를 듣고 교수님이 언급한 이런 책을 읽으면 훨씬 효과적인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독후활동과는 또 다른, 청강 후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학교, 도서관 등 인문학 프로그램, 독서 프로그램은 이런 온라인 강의를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동아리를 구성하여 유명 강의를 인터넷으로 들은 후 서로 책을 읽고 토론하면 혼자 하는 독서보다 훨씬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어떤 강의든 무료 강의라고 너무 느슨하게 들어서는 효과가 없습니다. 시간과 장소, 참여 인원을 정하여 정기적으로 때맞추어(timely manner) 실행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초빙 강사료도 안 들이고 고급강의를 들을 수 있는 좋은 시절입니다. 2020.4.15.(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