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줍다.
어제 어느 대학 근처 쪽방촌을 지나가다 버려진 책들을 보았습니다. 보아하니 거의 새 책인데 호텔관광과의 교재인 것 같습니다. 아마 그 학교 그 과 학생이 학기가 지난 교재를 버린 모양입니다. 열심히 공부한 흔적은 별로 안 보이는데요, 『면접 영어』, 『Travel Management & Practice』, 『관광마케팅』, 『호텔연회 실무』 네 권을 챙겨 가방에 담았습니다. 너는 관광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대학의 호텔관광과에서는 무엇을 배우는지, 어떤 교재를 쓰는지 알지 못했었는데요. 책이 생겼으니 이제 살펴볼 수 있게 되었네요.
집에 와서 그 책들의 표지를 물티슈로 닦으며 책장을 넘겨봅니다. 어디 관광을 하거나 호텔을 이용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너에게 그런 일이 많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 아나요, 코로나가 끝나고 세계가 안정되면 고희 기념 여행을 갈지도 모르죠. 하하. 오라는 곳 없어도 갈 곳은 많아요,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인도, 유럽, 북미, 남미 등등, 관광(觀光)은 빛을 보는 것이니 어찌 마다하겠어요. 관광 경영은 서비스 경영 분야이므로 너에게도 낯설지는 않습니다. 마케팅은 곧 서비스 경영, 고객 만족 경영이므로 마케팅 믹스, 고객 세분화 전략 등을 다루고 있네요. 호텔연회는 행사 의전과 관련이 있겠네요.
엊그제 조카네 집에 갔을 때 보니 조카의 일곱 살 난 딸 방 초입에 ‘윤슬이 도서관’이라고 써 붙여 놓았더라고요. 내심 반가웠습니다. 책을 좋아하니 참 좋다, 앞으로 멋진 사람으로 자라겠구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이 엄마가 독서 코치를 잘하는 것 같고, 앞으로도 잘할 것 같아 마음이 흐뭇합니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사고, 책을 사랑한다는 것은 곧 지식과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니 바로 철학을 하는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Philosophy(철학)는 지혜에 대한 사랑이니까요. 지나간 교과서를 버린 그 학생도 향후 더 좋은 책을 사서보고, 더 좋은 지식과 지혜를 얻어 인생을 보람 있게 사시길 바랄 뿐입니다. 혹시 그 학생이 이글을 보고 책을 버린 걸 후회한다면 연락을 주십시오. 반갑게, 기꺼이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내 책도 한 권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하하. 2020.4.1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