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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파김치

파김치

요즘 교외를 걷다 보면 가끔 파밭과 마늘밭을 만납니다. 둘 다 잎이 무성합니다. 마늘은 아직 수확할 시기가 아니지만 파는 언제든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늘은 잎보다 뿌리, 아니 줄긴가, 땅속에 들어 있는 그 부분을 먹습니다. 물론 잎과 대도 먹을 때가 있지만요. 다 우리 배달의 입맛을 돋우는 냄새가 특이한 채소지요. 그래서 마늘과 파는 외출할 일이 없을 때 주로 먹지요. 맛있지만 냄새가 좀 심해서요. 아이, 마늘 냄새!

오늘도 마늘밭과 파밭을 지나 걸었습니다. 우선 선거를 하고요, 한 2km 더 걸었습니다. 그래서 도달한 곳이 중앙 시장인데, 파밭을 지나와서 그런지 파김치가 먹고 싶었습니다. 파를 사다가 스스로 요리할 수는 없어 반찬가게를 찾아보았지만, 어느 가게가 잘하는지 정보가 없습니다. 그래서 5백 원 하는 시장 아줌마 커피를 한잔 사 먹으며 물어보니 즉각 알려주십니다. 바로 길 건너 저 집이 좋은 재료를 써서 반찬을 맛있게 잘한다고요. 하하.

파김치를 샀습니다. 가격은 무슨 반찬이든 균일가 5천 원, 다른 반찬은 다음에 사기로 하고 발길을 돌려 또 유유자적 걷습니다. 등에 땀이 간지럽히는데, 그래도 버스는 타지 않기로 하고 쉬엄쉬엄, 이 파김치 맛이 어떨까 상상하며 침을 삼킵니다. 그런데 예전에 사람이 피곤하면 파김치가 된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왜 파김치를 피곤한 모습, 녹초에 비유했을까? 아마 싱싱하지 않아서 그랬을 것 같습니다. 서 있던 파가 김치가 되면 소금에 절여 눕죠. 하하. 벤치에서 쉬다 집에 도착했습니다.

친구가 농사지은 수광(秀光: 품종 이름) 쌀 좋은 밥이 기다리고 있겠다, 밥을 퍼서 덥혀 파김치와 함께 먹어봅니다. 오래간만에 먹어 그런지 예상보다 맛이 좋습니다. 파 특유의 매운맛이 입맛을 돋웁니다. 파김치만으로 밥 한 그릇을 다 먹으니 입이 왈왈하네요. 파 냄새도 나겠지요. 하지만 혼자라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앞으론 멸치 조림, 갓김치 등 그 집 반찬을 이용해 도시락을 가지고 다녀야겠습니다. 먹을 장소는 그때그때 물색하지요, 뭐. 2020.4.10.(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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