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곡이라 하는 이유
노래를 곡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곡(曲)이라는 한자의 뜻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 말이죠. 한자 사전에서 가곡(歌曲)을 찾아보면 노래 가, 굽을 곡, 이렇게 되어 있고, 曲 자는 굽다, 는 뜻 말고도 마음이 바르지 아니함, 사악함 등으로 나옵니다. 각각의 의미는 단어 구성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곡은 굽어 있고, 마음이 바르지 아니하다는 뜻이 있는데 우리는 노래를 곡(曲)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신청곡을 받습니다. 노래 한 곡 들려드리겠습니다.”처럼 말이죠. 그래서 곡 자가 들어가는 단어 구성을 더 찾아보니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로 곡선(曲線), 왜곡(歪曲)이 있습니다.
들어보니 노래는 곡선이 맞습니다. 악기를 치면 파장이 울리는데 파장은 다 곡선이죠. 노래의 멜로디는 곡선으로 구성됩니다. 만약 음정이 직선이라면 같은 높이의 소리가 계속되어 외마디소리가 날 것입니다. 까마귀 우는 소리와 비슷해지는 거죠. 하하. 그래서 음정은 말할 때의 인토네이션보다 높낮이의 변화를 더 주어 음의 높낮이에 따른 곡선의 아름다움을 음성으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름다움을 말할 때 ‘직선미’라는 말은 없고 ‘곡선미(曲線美)’라는 말은 있듯이 곡선은 사람에게도 미술에서도 아름다움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노래들을 잘 들어보니 마음이 바르지 않은 상태의 가사들이 들려옵니다. 노래 가사에는 정상적인 마음의 상태에서 표현할 수 없는 서사가 많습니다. 가사는 시라고 하는데 시적 표현은 왜곡이 많은 거죠.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이게 현실 세계에서는 왜곡 아니고 무엇일까요? 나아가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라는 표현도 과학적으로 구름은 대기권에 있고 은하는 저 우주에 있는데 반달이 어떻게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으로 올 수 있겠어요? 왜곡도 한참 왜곡이죠.
그래서 音樂은 음을 가지고 즐거움을 얻기 위해, 현실과는 다른 상상과 낭만을 가미한 즐거운 곡선의 시라고 이해하게 됩니다. 음악학자가 들으면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문자의 뜻만으로 보면 음악은 곡선이고, 현실을 왜곡한 상상의 세계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노래를 부를 때 마음은 바르게, 노래는 곡선의 아름다움을 살려 부르되 노래한 다음에는 곧 자기의 바른 생활로 회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본업이 가수가 아니라면 말이죠. 2020.3.12.(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