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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코로나 인문학

코로나 인문학

요즘 코로나 왕족이 중국을 출발,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엊그제 역병(疫病)의 세계적 대 유행(pan epidemic)을 선언했습니다. 중국과 한국에서 창궐할 때는 관망만 하다가 이란을 지나 유럽에 퍼지자 늑장 경고를 한 것입니다. 그래서 유엔 산하 기구 WHO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중국, 이탈리아, 이란 다음으로 현재 코로나 4위를 마크하고 있습니다. 메달권에서는 벗어났지만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인간은 지혜가 많다는데 요즘은 인간의 지혜가 감소하는 게 아닌가 하는 ‘지혜 상실감’이 듭니다. 21세기 고도 문명을 자화자찬하는 이때 국내나 해외나 역병을 대하는 정가의 태도는 안이했던 것 같습니다. 전염병은 예방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누구나 다 알 텐데도, 정치 외교적 이유로 코로나 여행길을 막지 않아 일이 커졌습니다. 정가의 오판 결과 코로나 왕족은 자유여행을 즐기며 동서양의 관광지를 두루 활보하고 있습니다. 의료진들은 이들을 퇴치하고자 연일 밤새며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세계 유명언론들은 우리나라 의료진이 방역과 치료를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문학을 제대로 적용할 줄 모르는 정가를 믿기보다 인문학을 제대로 실천하는 의료진을 믿습니다. 의료진은 의학을 전공했습니다. 우리 인체와 생물환경과의 관계를 세밀하게 연구하고 이를 실증적으로 해결하는 분들입니다. 의학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문학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인문학을 문학, 사학, 철학, 언어학, 예술, 종교학 등 6개 분야로 거론합니다. 이 가운데 자연과학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제 문제가 발생하면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문제를 풀지 못하고 오히려 훼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일부 학자, 일부 작가. 일부 예술가들, 인문학을 배웠다는 사람들이 인문학적 판단을 흐립니다.

앞으로 인문학의 분류를 다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연과학을 대폭 인문학으로 들여와야 하겠습니다. 예전에 문리과대학에 자연과학이 포함되어 있던 시절,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 삶에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전문화는 통섭이라는 인간학의 바탕 위에 서야 인간적일 수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는 새로운 인간학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인문학 전공자라도 수학, 과학에 담을 쌓으면 호모 사피엔스가 될 수 없다고 봅니다. 고등학교 수준 전 교과의 제반 상식을 다시 공부하고, 폭넓은 독서를 통해 이를 업데이트하여 자기 전공과 관련지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요즘 어느 스님이 그렇게 하고 있더라고요. 앞으로 평생교육의 교과는 고등학교 전 교과과정을 포함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수능 문제 풀이 위주가 아닌 원리 위주의 수업, 이를 도서관이나 문화기관, 큰 직장 등에서 체계화하면 우리 인간학의 지혜 수준이 다시 오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2020.3.1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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