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주의
작년 8월 수입이 연금 기준액을 초과해서 중단된 기초연금, 유튜브를 보다가 기초연금제도를 좀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주민센터에 가서 기초연금 신청서를 다시 냈습니다. 작년 8월 이후 수입이 많이 줄어 연금 기준액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기초연금은 신청주의를 택하고 있습니다. 조건이 되어도 해당자가 신청하지 않으면 정부가 ‘나 몰라라’ 하는 제도입니다. 이런 제도는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는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디지털 빅데이터 시대, 행정도 많은 부분 디지털화했는데, 기초연금 행정은 아직 그러하지 못하군요.
우산을 받고 마스크를 하고 주민센터로 가는데 거리가 코로나 때문에 다소 음산합니다. 사람들이 다가오면 멀리 피하는 풍속도가 그려지고 있습니다. 최소한 사회적 거리 4.5m보다 멀리 떨어져야 한다는 안내를 들은 터라 누구나 사람을 피하는 행동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필수 외출은 어쩔 수 없어 낭만으로 가득해야 할 우산속을 투명우산으로 가리고 추적추적 걸어 서류를 제출합니다. 심사에 2개월 정도 걸리니 5월까지 기다리라네요. 그럼 해당이 되면 연락이 오냐 했더니 별도 연락은 없으니 5월 25일에 급여 통장을 찍어보라고 했습니다. 신청주의에다 깜깜 행정 같은 느낌이 드네요. 이 21세기 한국 세월에 말이죠.
제가 21세기 한국 행정에 바라는 바는 모든 국민의 경제 데이터가 다 연동되어 있으니 이러한 기술을 사회복지 행정에도 적극적으로 적용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공무원들의 대민 태도는 정말 친절하고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신청주의 행정과정은 신청자에게 기다리지 않아도 좋을 기다림을 요구합니다. 신속한 행정이 아닌 거죠. 공무원도 친절하고, 처리 속도도 신속하고, 내용도 정확한 행정이 서비스 행정의 기본일 텐데요,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들은 신속, 정확, 친절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마음만 먹으면 신속하게 할 수 있는 행정을 왜 천천히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돈을 걷는 행정은 자동화, 돈을 주는 행정은 수동화하여 국고를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취지인가요? 그런데 그건 전근대적 ‘꼼수’ 행정인 것 같습니다.
공무원의 친절에 감사하면서도 제도의 과정, 즉 느린 행정과정은 감사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기초연금을 처음에 한 번 신청하면 다시 신청하든 안 하든 빅데이터를 돌려 조건에 해당하면 지급하고, 수입 변동이 생겨 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지급을 중단하는 보다 효율적이고 국민 친화적인 행정을 펼치는 것이 오늘의 한국 행정이면 참 좋겠습니다. 하하. 저 이래도 과거에 행정학을 전공했거든요. 그리고 行政은 ‘바르게 행하는 것’이라는 의미도 피부로 느껴왔거든요. 하하. 2020.3.1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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