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걷는다마는
요즘 개학을 준비하며 좀 불안을 느낍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입니다. 언론에 따르면 어제와 오늘 대구에서 무더기로 감염 확진자가 나왔답니다. 서울서도, 전주서도 나오고, 전국으로 번지는 추세라 하네요. 오늘 2월 20일 현재 감염 확진자는 총 104명이라는데요, 일부는 완치되어 퇴원한 사람도 있지만, 첫 사망자도 나왔다네요. 도서관이나 복지관들도 속속 문을 닫는다는 문자가 옵니다. 그래서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불편하네요. 그렇다고 멀쩡한 사람이 종일 집에 있기도 어렵습니다.
오후에 밖으로 나가 동대전의 거리를 걸었습니다. 외출 장비는 마스크뿐, 2주 전에 산 지팡이는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발이 다 나아 사용하지도 않는 지팡이 왜 샀나 싶습니다. 그래도 산악회에서 놀러 갈 땐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후회하는 마음을 돌리고, 그런데 간다는 곳이 또 이마트, 뭔가 물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사지 말아야지, 마음먹고 들어갔는데, 어느새 수레를 하나 꺼내 밀며 이 코너 저 코너 구경합니다. 마주 오는 사람들을 송충이 대하듯 피하며 물건을 구경합니다. 상품들이 깔끔하고 정연하게 정리되어 보기에 좋습니다. 현미 쌀 한 봉지를 담았습니다. 요즘 백미에 기장만 넣어 밥을 해 먹는데, 건강을 위해 현미를 좀 섞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노 브랜드 고구마 스낵 2개, 30개들이 막대 커피 1통, 흰 달걀 6알, 깐마늘 1봉지 등, 다 먹을 것들이네요. 초록을 반짝이는 화초 하나가 탐이 났지만 참았습니다. 최소한으로 줄여도 1만 7천 5백 원, 결재 후 또 걷습니다. 등골에 땀이 배어 덥습니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나 기분이 날아갈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는 초등학교 7학년 일기입니다. 요즘 한용운의 불교 대전 현대어 번역을 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좋은 문구를 하나 소개하며 오늘의 초등일기를 줄입니다.
[維摩經 유마경]
<한용운 선생 원문>
一切衆生일체중생이 病병일세 是故시고로 我病아병이니 若一切衆生약일체중생의 病병이 滅멸한즉 我病아병이 亦滅역멸하리라. 所以者何소이자하오 菩薩보살이 衆生중생을 爲위하는 故고로 生死생사에 入입하나니 生死생사가 有유한즉 病병이 有유한지라 若衆生약중생이 病병을 得離득리한즉 菩薩보살도 病병이 無무하니라. 譬비컨대 長者장자가 惟一者유일자를 有유하여 其子기자가 病병을 得득하면 父母부모가 亦病역병하고 若子약자의 病병이 愈유하면 父母부모도 亦愈역유할지니 菩薩보살도 如是여시하여 衆生중생을 愛애함이 子자와 如여하여 衆生중생이 病병이면 菩薩보살도 亦病역병하고 衆生중생이 病愈병유하면 菩薩보살도 亦愈역유하나니 菩薩보살의 病병은 大悲대비로 起기하나니라.
<현대 역>
일체중생이 병자일세. 그래서 나도 병자이니, 만약 일체중생의 병이 소멸하면 나의 병도 역시 소멸하리라. 왜냐하면, 보살은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생사윤회에 들어오고, 생사가 있으면 병이 있으니 만약 중생의 병이 없어지면 보살도 병이 없어지는 것이다. 비유하면 만약 장자(부자)가 외아들이 있어 그 아들이 병이 들면 부모 역시 병이 들고, 만약 그 아들이 병이 나으면 부모 역시 병이 낫는 것이다. 보살도 이와 같아 중생을 사랑함이 부모가 아들을 사랑하는 것과 같아서 중생이 병들면 보살 역시 병이 들고, 중생이 병이 나으면 보살 역시 병이 나으니 보살의 병은 대 자비로 인해 일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