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컬럼/수필

양념효과

양념효과

양념에도 참 종류가 많습니다. 고춧가루, 다진 마늘, 파(대파, 골파, 쪽파, 양파) 등이 대표 선수지만 그 밖에도 양념의 소재는 식물, 동물, 해물을 통틀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양념이 음식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글에도, 책에도 다 양념을 쳐야 맛깔스럽다고 하지요. 하하, 글맛, 책맛, 나아가서 살맛, 한때 네가 다니던 회사의 경영 구호는 “신나는 직장, 살맛 나는 회사”였습니다. 어색하죠? 너의 글이라 회사 이름을 명기하지 않아 좀 어색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때 그 회사에 다니며 살맛이 났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뜻은 참 좋았지요.

아침에 농업 친구가 새해에 선물로 준 떡국 떡을 끓이려는데 남자라 그런지 국에 넣을 양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생각나는 건 고춧가루뿐인데 떡국에 고춧가루만 뿌릴 순 없고, 그런데 너도 사피엔스로서 좀 생각을 확장해보니 김치가 있었습니다. 옳지 이거다, 하고 김치 통 바닥에 남은 김칫국과 양념을 국자로 떠서 떡국 국물에 넣었어요. 그리고 양파를 좀 썰어 넣고, 다시다도 반 숟가락 넣어보았네요. 하하. 국이 다 끓어 약한 불로 바꾸고 맛을 보았지요. 그랬더니 “오, 굿, 굿.”

너도 토박이 한국인이라 김치를 잘 먹는데요, 김치는 온갖 양념이 다 들어 있으니 우리 음식 맛을 내는 데는 압권인 것 같습니다. 가끔 사 먹는 김치찌개, 식당에 따라 맛은 좀 다르지만, 김치 위주의 찌개이니 건강식품인가 봅니다. 유산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니 우리 대장님께도 도움이 되겠고요. 하하.

우리의 삶은 음식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먹어야 사는 생물이니까요. 그런데 그 음식에는 정신적인 양식도 포함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왕 살 거 인간답게 살아야 하니까요. 천지자연이 우리에게 주신 사피엔스의 특권을 충분히 발휘해야 하니까요. 음식만 맛있게 먹고 만다면 다른 동물과 하나도 다를 게 없지요. 그래서 인간은 공부를 하나 봅니다. 그런데 그 공부도, 지식 공부만 해서는 살맛 나는 삶을 살기에 부족합니다. 그래서 삶을 맛있게 살려면 양념을 쳐야 합니다. 그 양념의 소스를 지혜라고 하면 어떨지요? 사피엔스도 지혜라는 의미니까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지혜를 실행하지 않고 지식만을 가르치고 있어 균형 있는 사람을 적게 배출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사회가 시끄러운 이유는 지혜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아 그런 것 같습니다. 신나는 직장, 살맛 나는 세상, 이걸 우리의 생존 목표로 삼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너무 막연한가요? 하하. 2020.2.19.(수).

 

'수필/컬럼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도 걷는다마는  (0) 2020.02.20
우수엔 분갈이  (0) 2020.02.19
전성기의 좋은 책  (0) 2020.02.18
마스크와 건강관리  (0) 2020.02.13
행복의 도가니  (0) 2020.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