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의 좋은 책
요즘 방송의 시대적 대세가 유튜브라 너도 그 유행에 편승하여 유튜브 방송을 자주 봅니다. 그런데 유튜브에도 온갖 선악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는 그런 마음을 교란하는 방송은 보지 않습니다. 반대로 마음을 다독이고 삶의 용기를 주는 그런 프로그램을 보는 편인데, 그런 건 좀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주 시청하는 프로는 음악방송입니다. 유튜브에는 흘러간 옛노래가 다 있고, 동요, 클래식, 재즈도 거의 다 있고, 음악을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 너는 이 세월 참 좋은 세월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유튜브에서 음악을 검색하다 우연히 한 지역 방송에서 유튜브에 올린 김형석 교수님의 강연을 보았습니다. 김형석 교수님은 2020년에 100세를 맞는 보기 드문 이 시대의 스승입니다. 너는 20세 무렵에 김형석 교수님을 책을 통해서 알고 대전일보사에서 주최하는 교수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그 이후 김형석 교수님과 같은 연배의 철학 3총사 김태길, 안병욱 교수님의 책들도 관심을 가지고 읽었었지요. 너는 17세 무렵부터 철학을 좀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사이비 종교의 고향에서 자라 그런지 너는 합리적인 철학에 더 관심이 있었습니다. 당시 월 1회 개최하는 “마음의 광장”이라는 지역 모임이 있었는데 거의 어르신들만 참석하는 그 강연회에 18세인 네가 단독으로 참여했었습니다. ‘애늙은이’였나 봐요. 하하.
100세 김형석 교수님의 강연은 여전히 삶의 이야기였습니다. 들을 때마다 항상 비슷하면서도 새로움을 주는 삶의 이야기에 너는 30분간 폭 빠졌습니다. 젊었을 때는 하실 수 없었던 이야기, 전에는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어제 잘 들었습니다. 100세 어른만이, 그것도 착한 삶을 사신 어른만이 하실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미 다른 곳에서 흔히 들었던 내용이라도 교수님의 패러프레이즈를 들으면 더 공감이 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아마 그 어른의 진솔한 삶이 녹아있어서 그럴까요? 어제 들은 내용 중 너에게 꽂힌 것은 좋은 책은 70부터 쓸 수 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본인은 60이 넘어 철이 든 것 같다, 본인이 쓴 책도 좋은 책은 70세 이후에 쓴 책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전성기는 60에서 80세라고도 하셨습니다. 은퇴하여 직장은 없어도 대신 시간은 많으니 그 좋은 때 무언가 일을 하고, 무언가 공부하고, 음악이나 그림도 배우고, 하면 보람 있고 즐겁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활동을 이웃, 사회,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면 더욱 좋고, 또 그 생각대로 될 것이라며 본인이 중학교 입학할 때 아버지에게서 들은 이야기도 소개하시네요.
네, 참 기분이 좋습니다. 너에게 용기를 주는 그 말씀, 유튜브를 즐겨보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내가 인생의 전성기를 살고 있다는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너의 책은 다 습작이었지만 앞으로는 네가 항상 꼭 안아주고 싶은 좋은 책을 만들자고 마음을 다지며 다시 책상 앞에 앉아봅니다. 2020.2.19.(화).